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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전업주부 논쟁

"롬니 부인 일 해본 적 없다" 민주당 여성전략가 발언에<br>공화 "가사노동 무시" 공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간 대결구도로 굳어진 미국의 대선정국이 때아닌 '전업주부 논쟁'에 휘말렸다.

발단은 민주당의 여성 전략가 힐러리 로젠이 지난 11일(현지시간) CNN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로젠은 롬니 후보의 부인인 앤 롬니가 "평생 단 하루도 일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이 나라 대다수 여성들이 직면하는 경제 문제를 겪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로젠의 발언은 즉각 파장을 일으켰다. 다섯 아들을 둔 앤 롬니는 곧바로 트위터를 개설해 '나는 어머니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금전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정말 힘든 일이었다'고 응수했다.

논란은 두 여성의 설전에 그치지 않았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공화당은 로젠의 발언을 여성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시각으로 비화시켜 공세에 나섰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켈리 아요테는 "대통령의 전략가가 아이를 기르는 여성들의 힘들고도 중요한 일의 가치를 무시한다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앤 롬니도 이례적으로 폭스TV에 출연해 "밋(롬니)은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당신의 일이 내가 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말을 수없이 하곤 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롬니 후보의 여성 지지율 만회의 기회로 삼았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설전을 '여성 전쟁(war on women)'으로 표현하며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민주당 지도부는 로젠의 발언을 비난하는 한편 로젠과 오바마 캠프는 무관하다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패트릭 게스퍼드 이사는 "로젠은 현명한 전략가이지만 DNC나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셸 여사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모든 어머니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모든 여성들은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인 로젠도 "앤 롬니를 비롯해 불쾌감을 느낀 분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히며 사태진화에 나섰으나 공화당 측의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정계의 '전업주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992년 대선정국에서는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현 국무장관)이 "나는 그냥 전업주부로 집에 머물면서 쿠키를 굽고 차를 마시는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내 일을 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이 전업주부 비하라는 비난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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