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를 통해 퍼트 감이 완벽하게 돌아왔어요."
4일(한국시간) 전해진 박인비(27·KB금융그룹)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2승 소식은 '어게인 2013'을 향한 신호탄이라 더 반갑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는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CC(파71·6,462야드)에서 끝난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3타 차 쾌승을 거둔 뒤 이례적으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주 퍼트 감이 좋지 않아 이번주 연습 라운드 때부터 오디세이 투볼 퍼터로 바꿨다. 변화를 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며 "퍼트 감이 많이 돌아왔고 마지막 날 보기 없는 플레이가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올해 구경하기 힘들었던 5~10m 중거리 퍼트가 매 라운드 1개씩은 꼭 들어가줬다. 퍼트 감이 완벽하게 돌아왔다. 퍼트에 자신감을 갖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 목표를 다시 강조하며 "그 외 나머지 우승이나 타이틀은 골프가 잘될 때 따라오는 부상으로 생각하며 욕심부리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탈환도 좋고 올해의 선수상도 좋지만 마음을 비우고 그랜드슬램에 몰두하겠다는 얘기다. 메이저 통산 5승을 쌓은 박인비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올해 7월30일 개막)과 에비앙 챔피언십(9월10일 개막) 트로피만 없다. 둘 중 하나만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작성한다.
'컴퓨터 퍼트'로 유명했던 박인비가 스스로 완벽한 회복을 선언할 정도로 퍼트 감을 되찾았다면 지난 2013년 이상의 센세이션을 기대할 만하다. 당시 박인비는 세계 골프사에 개막 이후 메이저 3연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벤 호건(미국) 이후 60년 만의 일. 그해만 6승을 쓸어담았다. 올해도 남은 대회는 많다. 박인비는 올해 9개 출전 대회에서 이미 2승을 챙겼고 시즌 첫 메이저인 지난달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공동 11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메이저는 아직 4개나 남았다. 이번 대회에서 증명한 경기력이라면 '어메이징 2015'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매년 샷이 업그레이드되는 가운데 다소 흔들리던 퍼트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텍사스 어빙에서 올 시즌 최고의 골프를 선보였다.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과 공동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출발, 톰슨(11언더파 공동 4위)을 4타 차로 떨어뜨렸다.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로 최종합계 15언더파. 공동 2위 박희영(28·하나금융그룹)과 크리스티 커(미국)도 3타 차로 멀찍이 따돌렸다. 이로써 한국(계) 선수의 올 시즌 승수는 9승(11개 대회)으로 늘었다.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이후 두 달 만의 우승으로 박인비는 세계 1위 탈환에 한 걸음 다가섰다.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를 보태 상금순위는 4위에서 2위(81만달러)로 뛰었고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2위로 올라섰다. 통산 상금은 9위(1,076만달러). 2008년 US 여자오픈 제패 뒤 4년간 우승이 없다가 2012년 2승으로 재기한 박인비는 그해부터 매년 2승 이상을 쌓고 있다. 지난해 3승 포함, LPGA 투어 통산 승수는 14승. 한국인 최초로 LPGA 투어 4년 연속 멀티플 우승(2승 이상)으로 꾸준함도 인정받은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는 평균 67.25타를 쳤다. 그린 적중률 77.77%에 라운드당 퍼트 수는 28.25개. 특히 마지막 날 그린을 한 번밖에 놓치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아이언샷과 28개 '짠물 퍼트' 조합으로 올 시즌 개인 최소타 타이인 65타를 적었다. 2월 말 혼다 타일랜드 4라운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LPGA 투어 홈페이지는 "박인비는 그린 적중 시 퍼트 수에서 지난 3년간 1위를 지켰으나 올해는 18위(1.78개)에 머물러 있었다. 라운드당 퍼트 수도 29.84개로 많았다"면서 "그랬던 박인비의 퍼트 감이 되돌아왔다는 것은 다른 선수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소식"이라고 전했다.
한편 세계 1위 리디아 고(18·뉴질랜드)는 이븐파 공동 41위로 마쳤다. 이번 대회 상금을 네팔 지진피해 돕기에 전액 사용하겠다고 밝혔던 리디아 고는 6,241달러를 기부하게 됐다. 리디아 고, 박인비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2승)인 김세영(22·미래에셋)은 3오버파 공동 48위, 캐나다 신성 브룩 헨더슨은 마지막 날 2타를 잃어 6언더파 공동 13위로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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