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연설에서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 미국을 떠나는 기업은 '기업 탈영병'"이라며 "그들은 미 시민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미 기업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며 맹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대해서도 법인세 회피용 M&A를 단속하기 위해 신속한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난 1982년 이후 절세 목적으로 본사를 해외로 옮긴 미 기업은 41곳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제약업체들이 오바마케어 실시에 따른 약값 인하 압력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본사 이전 목적으로 해외 M&A에 속속 나서고 있다. 올 2월 미 메드트로닉은 아일랜드의 코비디언을 429억달러에 사들였고 애브비는 영국의 샤이어를 54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데 합의했다.
22일에는 존 와이든 미 상원 재정위원장이 "25개의 미 기업들이 절세를 위해 해외 이전이나 M&A를 검토 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 정부도 세제 구멍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기업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는 외국인 지분율 기준을 20%에서 50%로 대폭 올리는 법안을 의회와 협의 중이다. 특히 기업들의 선제적인 본사 이전을 막기 위해 적용 대상을 올 5월 M&A건까지 소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급조된 법안이 역효과를 부르며 오바마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FT는 "미 기업들은 소급 적용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법안 통과 전 본사 이전을 위한 M&A가 활성화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공화당이 소급 적용 조항에 강하게 반대하는데다 35%에 달하는 법인세율 인하 등 세제 전면 개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대기업 감세에 부정적이어서 올해 안으로 양당 간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법안이 통과돼봐야 앞으로 10년간 증가하는 세수가 200억달러에 불과해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대기업은 세금 감면 조항을 이용해 실질 세율이 낮은 반면 애매한 일부 소기업이나 신생 기업들만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세수 형평성을 화두로 꺼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미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서는 높은 법인세율과 아울러 세금 우대 등 세제상 허점을 손질하는 한편 다른 나라와 달리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도 모두 과세하는 세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업 애국심 호소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FT는 "이윤에 민감한 기업에 행동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돈키호테 같은 짓"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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