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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Truthiness보다 침묵의 은총을

마르셀 프루스트는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독자”라고 말한 바 있지만 달리 말하면 모든 필자도 자기 자신에 대한 필자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의미에서 모든 말은 상대를 향해 쏟아내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의 또 다른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말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다시 주워담을 수 없을 뿐더러 이미 출간된 작품이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독자의 것이듯 정치인의 말 역시 한번 내뱉으면 유권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대통령 발언에 온나라 뒤숭숭 기자는 현장을 지켜야 한다지만 정치부 기자만큼 현장이 중요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때로 예고 없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언급할 뿐더러 때때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능한 정치부 기자는 집요하게 현안에 대해 질문할 뿐더러 아무 대답이 없을 경우에는 정치인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봄으로써 어느 방향인지 해답을 얻고자 한다. 이때 정치인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대답이 너무도 큰 파장을 일으킬까 우려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거짓말이 아무리 다반사라 해도 반년도 되지 않아 들통이 날 거짓말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 여론 형성의 중요한 수단인 언론을 대하는 국민의 태도를 보면 신문을 펼쳐놓고 자신이 가장 관심이 많은 것과 자신의 성향에 맞는 것만 읽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의 거울로서 독자들을 사회와 소통시키는 것이며 독자 역시 사회를 보기 위해 신문을 펼쳐야지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의견만을 찾기 위해 신문을 펼쳐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사전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트루시니스(truthiness)’를 뽑은 것은 우리의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투루시니스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만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성향을 뜻하는 용어로 미국의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가 패러디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했던 신조어다. 콜버트는 트루시니스를 “책에서 유래하지 않고 감정에서 나오는 진실”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직설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연일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한쪽에서는 과격하고 모멸적인 표현을 문제삼고 반대쪽에서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사과하라고 반박한다. 갈등의 바닥을 들여다보면 드러나는 엄청난 시각의 차이를 무시하고 거친 표현만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돌출발언으로 끝없이 소모적 논란만 야기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일선 교사가 아무리 성실하게 성생활을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이를 묘사하는 것은 외설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찍이 공자는 “함께 이야기해야 할 사람과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함께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 사람과 말하면 말을 잃어버리는 것(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이라고 갈파했다. 말은 물과 같아서 듣는 사람과 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침묵이 천금보다 효과 클수도 아무리 적극적인 자기 주장이 필요한 시대라지만 때로 침묵은 천금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수도자들은 누구나 처음부터 침묵의 계율을 지켜야 하지만 대개 그들이 묵상의 시간을 가질 때 바깥 세상의 소리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소리에도 귀를 막는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내 사진이라고 하는데 나는 어쩐지 나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의 그 나 자신에서조차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묵상 후 수도자들은 물론 위대한 소리와 깨달음을 얻게 되며 이를 침묵의 은총이라고 부른다. 이제 말 많고 탈 많았던 한해가 저물어간다. 트루시니스보다 침묵의 은총을 받는 새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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