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4일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촉구하면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강력한 지원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유럽발 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럽 국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관련국들의 방만한 재정운영, 2008년의 서브프라임 위기 보다는 유로존이 여러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최적통화지역이 아니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구제금융 등을 통해 재정위기를 완화하더라도 구조적 모순의 폭발을 늦출 뿐이다. 재정통합 또는 유로존 해체를 유로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연방제적 재정통합을 달성하거나 유로존 해체체 또는 분할 뿐이다. 유럽통합을 이끌고 있는 유럽연방주의는 연방제적 재정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연방주의는 단일통화지역을 구성하는 개별 경제가 이질적이어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전체적인 조화를 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통화지역을 완성할 수 있는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이다. 유럽의 통화통합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발생한 원인을 국민국가에서 찾고 단일주권 하의 유럽을 건설하려는 유럽 연방주의 운동의 결과물이다. 재정연방주의에 경도된 유럽의 현 지도자들은 현 지원체계로는 스페인ㆍ이탈리아와 같은 경제대국을 지원할 수 없으므로 향후 ESEF의 가용재원를 확대하고 오는 2013년부터 상설화하기로 한 유럽안정기구를 모태로 독자적인 조세권을 가진 유럽의 단일 재무부 구성을 통해 유럽공동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재정연방주의 확립은 유럽의 정치현실과 괴리돼 있다. 연방재정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국가의 틀을 뛰어넘는 시도다. 재정통합은 조세ㆍ재정운영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까닭에 구성원들의 강한 정치적 연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유럽 정치사회에서 가장 강한 연대감을 가진 공동체는 개별 국민국가다. 연방국가의 사례에 비춰볼 때 재정연방주의를 확립하려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한 유로재정을 최소 8%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그러나, 벨기에의 플랑드르 사람들은 프랑스어권 벨기에인을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독일 국민들이 그리스 지원에 자신들의 세금을 사용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재정통합에 반대하는 정당들과의 정치적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재정을 통합하더라도 각국이 개별적인 주권을 갖고 있고 선거를 통해 정부가 구성되는 현실에서 비가역적인 것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재정통합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유로존 해체ㆍ분할은 불가피하다. 위기 극복의 이러한 과정들이 최대한 질서정연하고 회원국간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뤄지 않는다면, 유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대한 정책 또는 구조변화는 세계경제에 예기치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자본이동 제한조치 준비해야 특히 큰 폭의 유로약세-달러강세가 현실화되는 경우에는 국제 자금시장 전반에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가 도래하는 것은 물론, 미국발 경기침체가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하반기에 경험한 달러 유동성 부족 상황이 재연되면서 대외충격에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2008년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사이에 통화스왑(올해 8월로 만료)이 재개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도 미국ㆍ중국 등과 통화스왑을 다시 체결하는 것이 대외충격을 줄이는 바람직한 대응방향이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자본유출입 완화 및 거시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유사시 자본이동의 변동성 확대 여지를 사전에 제한하는 조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