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로스 쿠퍼 슬로베니아 재무장관은 이날 수도 류블랴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나라 은행에 대한 외부 기관의 재정 점검(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전하면서 48억 유로의 자본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쿠퍼 장관은 추후 구제금융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일축하며 “6개월 전에도 그렇게 물었으면 내 대답은 ‘아니다’였을 것”이라면서 “오늘도 같은 대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 때 ‘동유럽의 별’로 불리던 슬로베니아는 경제의 약 절반을 국가가 통제하는 상황에서 국영 은행을 통해 여신도 관장해왔다. 슬로베니아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은 금융위기 이후 약 95억 유로에 달한다. 이들 은행은 100% 손실이 불가피한 4억4,000만 유로의 후순위채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츠잔 자즈벡 슬로베니아 중앙은행장은 모두가 국영인 이 나라 3대 은행이 약 30억 유로의 자본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슬로베니아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 텔레콤 슬로베니아 등 주요 국영기업 지분도 매각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을 통해 EU의 도움 없이도 은행 구제가 가능하다는 게 슬로베니아 당국자들의 주장이다.
올리 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도 “슬로베니아가 EU의 지원 없이도 금융 쪽을 손볼 수 있음이 오늘(발표된 외부 감사 결과를 통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슬로베니아는 인구 200만 명으로, 유로 지역에서 차지하는 경제 비중이 0.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및 키프로스를 구제한 상황에서 슬로베니아까지 손을 내밀면 유로권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슬로베니아가 부실채권전담은행을 만들어 우량채권과 부실채권을 ‘울타리 치기’(ring-fence) 위해서는 약 45억 유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 경우 슬로베니아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75.6%까지 치솟을 것이란 점도 경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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