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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과학과 윤리 동행하려면


최근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 분야는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정상급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사실은 국제무대에서 만나게 되는 정상급 과학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놀라운 발전은 비교적 짧은 우리의 과학역사를 생각하면 매우 경이로운 사실이다. 국가적인 정책 지원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고뇌와 희생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발전은 과학자들에게 높은 도덕성과 정직성을 요구한다.

연구비 확보 경쟁에 논문조작

과학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장기간의 교육과 특별한 훈련을 통해 양성된다. 또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새로운 지식ㆍ신기술ㆍ신제품 개발을 위해서 강한 압박과 긴장 속에서 생활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충분한 연구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때로 연구비 규모가 한 과학자의 연구수준을 결정한다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농담은 쉽게 간과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동료들로부터의 높은 평가를 받고 세계 정상급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연구결과를 과대 포장하거나 심지어는 조작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낀다. 오늘날 대부분의 실험측정 값들은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해서 비교적 쉽고 정교하게 수정할 수 있다. 더구나 이 과정에 고도의 전문지식이 활용되기 때문에 동일 분야의 동료 전문가들도 쉽게 오류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의 높은 윤리의식에 관한 믿음 없이는 어떠한 과학적 행위도 참다운 의미를 지닐 수가 없다.

존 다아시는 1980년대 초반에 미국 하버드대학의 심장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했으며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130여명의 연구원들 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대표적인 과학자였다. 그러나 그가 전ㆍ현직 직장에서 각각 8편과 9편의 논문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후에 그는 하버드대에서 해고됐고 과학재단에 연구비를 신청하는 것이 일체 금지됐다. 에릭 펠만은 비만에 관해 한때 가장 유명한 과학자였다. 그는 미국 버몬트대에서 정교수로 근무했으며 생체 기능변화와 비만, 운동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 인체의 노화과정 등 매우 폭넓은 연구를 수행했다. 이러한 연구과정에서 2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할 정도였다. 그러나 펠만 교수는 자신의 실험에서 같이 일하던 연구조원인 월터 데니노에 의해서 실험결과 조작사실이 고발된 후에 2005년 3월17일에 10편의 논문이 조작됐음이 확인됐고 이 실험조작 사건으로 유죄가 입증됐다. 이 사건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자가 논문조작으로 인해 2006년 6월28일 감옥에 수감되고 1년간의 실형을 살게 된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는 현재 몬트리올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으로 세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은 황우석 박사 사건이다. 그는 한때 줄기세포 분야의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발표했고 그의 연구결과는 장애인도 다시 걷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연구성과는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나라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노벨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와 함께 관련 연구를 위해서 많은 예산이 지원됐다. 그러나 2004~2005년 사이에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이 조작됐음이 밝혀졌고 화려했던 영광도 빛을 다했다. 이후 서울대가 2006년 그를 교수직에서 파면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언젠가 신문지상을 통해 파면이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는 다시 한번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그 당시에 국제학회에 참석해 논문을 발표했던 한국 과학자들은 동료교수들이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우리의 연구결과를 바라보는 바람에 당황했던 기억을 우리는 아마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주위에 있는 많은 동료 과학자들은 최소한의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연구재단에서 제공하는 연구과제들은 5대1 혹은 10대1의 높은 경쟁을 통해서 선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다한 경쟁 구조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때로는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대중을 상대로 자신의 연구결과를 과대 포장해 소개하고 여론몰이를 통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며 그러한 예들은 수시로 언론매체를 통해서 목격되고 있다. 소수 과학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은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기회를 박탈하고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방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히 규제돼야 할 것이다.

윤리의식 제고 특단대책 있어야

요즈음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도되고 있고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사건은 원전부품 성능평가서의 조작사건이다. 우리 원전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폭발사고로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대부분의 지역은 향후 수십년 동안 사람들이 전혀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이며 식량생산이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악몽도 꾸지 않고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위험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과학자들이 그러한 무모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이 나라의 과학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나 방법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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