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아프리카팀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좋은 일을 한다"거나 "험한 아프리카에서 고생한다" 등의 격려를 자주 받는다. 그동안 공적개발원조(ODA)의 여러 목적 중에서 인도적 지원이 부각됐고 우리가 자주 접하는 TV 속 아프리카는 헐벗고 굶주리거나 내전·테러 모습만 비치니 그러할 만도 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제 한 국가의 종교·민족 갈등으로 시작된 내전과 분쟁이 자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근 국가, 나아가 국제 테러로 쉽게 확대돼 세계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분쟁은 아프리카 지역이 세계경제 주요산업에 활용되는 광물자원의 최대 산지인 점과 맞물려 당장 우리의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저 멀리 남수단의 내전에 우리 청년들을 유엔평화유지군(PKO) 자격으로 파병하고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난 분쟁이 당장 우리 집 앞 주유소에 게시되는 휘발유 가격을 바꾸게도 만드는 등 아프리카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프리카 지역의 빈곤감소를 위한 국제사회의 ODA 노력은 인간애적인 따뜻한 손길, 그 이상을 넘어 상생을 위한 치밀하고 전략적인 몸부림에 가깝다. 많은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아프리카를 거대한 자원의 보고로 인식하고 ODA를 발판으로 시장진출을 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은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에 선수를 뺏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아프리카 ODA를 좀더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무궁한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정치와 안보에 주요한 역할을 할 아프리카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콩고민주공화국과의 정책협의에서 현지 정부 측 수장이 건넸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를 당신들처럼 만들어주세요" 고도화된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아프리카 ODA에 거는 그들의 기대를 대변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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