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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에도 꿋꿋 "세계경제 맷집 세졌다"

유럽주식시장 빠르게 회복·美증시는 오히려 올라<br>안전자산 쏠림현상도 없어… 유가·美금리 더 주목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 폭파미수 소식이 전해진 1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은 항공주가 약세를 보였으나, 기업들의 실적개선 등에 힘입어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MEX)에서 중개인들이 분주하게 시황을 확인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세계경제가 ‘테러 공포’를 비켜갔다. 10일(현지시간)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 폭파 미수(8ㆍ10 테러 미수) 소식이 전해진 후 일시 급락했던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주식시장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빠르게 충격에서 벗어났다. 미국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세계경제가 지난 2001년 뉴욕의 무역센터를 무너뜨렸던 ‘9ㆍ11 테러’로 공황상태에 빠졌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테러 시도에 건재한 모습이다. ◇금융시장 테러 충격 흡수=8ㆍ10 테러 미수 소식으로 개장 직후 2% 가까이 빠졌던 영국 FTSE지수는 곧바로 회복하며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영국 시장은 0.63% 하락에 그쳤으며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도 낙폭을 줄이며 각각 1.26%, 0.97%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오히려 5일 만에 반등했다. 테러 충격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유가가 하락하고 기업실적이 호전되면서 다우지수는 48.19포인트(0.44%) 오른 1만1,124.37포인트, 나스닥은 11.46포인트(0.56%) 상승한 2,071.74포인트로 마감했다. 9ㆍ11 테러 직후 나타났던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10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 선물 가격은 오히려 온스당 16달러 떨어진 646달러를 기록했다. 9ㆍ11 테러 직후 급락했었던 달러화는 8ㆍ10 테러 미수 소식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무역적자 감소 소식에 유로와 파운드화 등 세계 주요 통화에 강세를 보였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ㆍ유로환율은 전일 유로당 1.2861달러에서 1.2784달러로 하락했다.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채권가격도 보합세에 그쳤다. ◇‘8ㆍ10’과 ‘9ㆍ11’은 다르다=9ㆍ11 테러와 달리 8ㆍ10 테러 미수가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치지 못한 것은 경제여건이나 테러 발생 조건 등 그 상황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9ㆍ11 테러가 엄청난 인적ㆍ물적 피해를 냈지만 이번에는 사전에 적발, 미수에 그쳤다. 이를 놓고 존스턴레이먼의 데이비드 스트라우스는 “정부의 테러 억제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9ㆍ11 테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터졌지만 그 이후 국제사회는 5년간 끊임없는 테러위협에 시달려왔다. 즉 테러 충격에 ‘맷집’이 생긴 것이다. 경제정책 기조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2001년 미국은 금리인하를 단행하던 때였다. 지금은 2년간 지속됐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기조가 완전히 중단되느냐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지난 8일 FRB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그 움직임이 ‘일시적’일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은 테러보다 유가와 금리를 주목=시장은 테러 위협보다는 유가와 금리 추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8ㆍ10 테러 미수로 유가가 하락한 것에 시장은 대환영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35달러(3.1%) 내린 74.00달러로 마감됐다. 이는 7월28일 이래 최저치이며 하루 낙폭으로는 5월15일 이래 최대다. 9ㆍ11 테러 이후에도 유가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당시 WTI는 배럴당 20달러대 후반으로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목전에 두고 세계경제의 목을 조르고 있다. 또 테러 우려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FRB가 금리인상을 완전히 중단할 것이라는 분석도 미국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이 FRB의 금리코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이번 테러 시도가 FRB의 금리인상 중단 움직임을 굳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9ㆍ11 테러 이후 조지 부시 행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었다. 코자드자산관리의 론 키도 수석투자관은 “오히려 호재성 뉴스가 나오면 연준리가 금리인상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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