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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금융사 죽어가는데 규제만 고집… 문제기업은 알고도 방치

■ 곳곳 파고드는 금융당국 보신주의<br>가뜩이나 힘든 저축은행 BIS 강화 등 옥죄기<br>"현직때 일 터지면 안된다" 구조조정 눈치만<br>수장이 나서 중심잡고 시장 질서 바로잡아야

저축은행 업계는 내년에 '4대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위기감에 싸여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강화로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상승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한 부실채권 환입 ▲충당금 적립 강화 ▲건전성 악화 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는 "문제가 된 대형사는 없어졌는데 남은 데가 죽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어떻게 저축은행 규제를 완화하느냐"는 게 당국자들의 말이다.

금융당국의 보신주의가 정책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저축은행과 동양 사태를 겪으면서 당국 관계자들이 내가 있을 때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 아래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정책은 아예 손도 대지 않거나 도리어 규제를 세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 처리에서도 드러났듯 동양의 부실을 알고서도 상당 기간 방치하기도 했다. 적절한 규제는 금융사에 도움이 되지만 지금은 관료들의 보신주의를 뜻하는 '변양호 신드롬'이 더 강화되는 쪽으로 흘러간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금융사 죽어가는데 보신만=당장 저축은행은 내년 7월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은 경영개선권고 기준이 BIS비율 6%에서 7%로, 중소형들은 5%에서 6%로 올라간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계속된 금융위원회의 규제강화 정책의 일환이다. 일각에서 규제완화를 건의하지만 당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담당 직원들이 검찰에 기소되고 감사원에서 징계를 받은 금융감독원은 보신주의식 검사를 하고 대손충당금을 더 쌓게 하고 있다. 뒤에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 무조건 직전 검사 때보다 충당금을 더 적립하라고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위는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는 아예 싹을 잘랐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가지려면 대부업 대출을 줄여야 하는 탓이다. 대부업체가 수신 기능이 있는 저축은행을 인수했다가 부실해지는 상황을 걱정해서인데 당국 내부에서조차 "심하다"는 비판이 있다.

카드사도 당국의 금리인하 압박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과도한 이자수익은 막는 것이 맞지만 앞뒤 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카드사를 옥죄는 정책을 펴는 것이 문제다. 신용협동조합의 경우도 중앙회 이사회의 절반을 외부 전문이사로 채우고 조합 이사장은 신용공제사업에서 돈을 떼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신협이 부실이 많아 경영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협동조합의 근본성격을 무시한 채 규제만 강화한다는 지적이 많다.

◇적극적 구조조정은 방치=금융위와 금감원은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STX나 동양을 놓고 보면 금융당국이 실기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의 채무구조가 바뀌고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상황이 달라졌으면 그에 맞는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아야 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구조조정에서는 상급기관인 금융위가 금감원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2009년 5월 동양증권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기업어음(CP)을 줄이기로 했지만 2011년 동양증권이 MOU를 위반했음에도 금융위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미뤘다.



결국 금감원은 사태가 수습될 것 같지 않자 뒤늦게 면피식으로 지난해 금융위에 보고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은 잘못하면 커다란 책임이 뒤따르는데다 논란의 소지가 많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며 "금융위는 금감원에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결국은 금융위가 제대로 일처리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주요 수단인 산업은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금융당국의 책임이라는 얘기가 있다. STX나 동양에서 보듯 산은은 배임 문제를 따지며 구조조정에서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이 경우 금융당국이 국책금융기관을 적극 끌고 나가야 하지만 책임 문제를 두려워해 시장자율 원칙만 강조하면서 놓아둔 게 아니냐는 말이다.

◇금융당국 수장 중심 잡고 적극 나서야=현장에서 보신주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당국의 수장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안팎으로 휘둘리고 있는 탓이다.

금융감독정책의 집행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은 BS금융 사태에 이어 동양 문제로 조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수현 원장도 국감장에서 발언을 번복하는 등 대처를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중심을 잡고 책임 문제만을 따지는 실무진을 다독이면서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금융위는 금융산업 비전을 만들고 은행과 보험사의 해외진출을 도우며 신협 같은 곳에는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해주는 당근을 주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말이다. 한쪽에서는 조이지만 다른 쪽은 풀어주고 있다고 당국이 생각하지만 양쪽의 정도와 수준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장은 "검찰의 무리한 법 적용으로 관료들이 피해를 보고 정치권 등의 흔들기로 책임 있는 일처리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융당국 수장이 무너지면 금융권의 질서가 붕괴되는 만큼 책임을 지고 일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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