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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영 작가 "불경을 베끼듯 그리는 사경화 평면·공간 탐구하는 작업이죠"

9월 20일까지 개인전


작가가 1980년 일본 도쿄의 무라마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의 일이다. 그가 그즈음 몰두했던 작업은 캔버스 전체를 롤러로 하얗게 칠한, 정확히는 '조선백자의 색'으로 채운 '평면 조건 79-5A'같은 작품이다. 캔버스 표면의 질척대는 듯한 질감과 테두리에 뭉친 덩어리가 인상적이지만, 언뜻 같아 보이는 흰색 톤 20여 점으로 전시장이 채워졌다. 우연히 갤러리를 찾은 한 백인 교수가 물었다. "그림 모서리에 뭉친 것이 물질인가요?" "아니오. 물질이 정신화되는 과정이죠." 이해하지 못한 듯 다음날도 그 외국인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작가의 선배 이우환은 "서양인이라면 물질만으로 정신화된다는 생각을 못 하지"하며 웃었다. 선문답 같지만 작가가 소위 '동양적인 것'을 설명할 때 자주 꺼내는 이야기다.

"보통 단색화라지만, 제 그림은 스님이 불경 베끼듯 그리는 '사경화(寫經畵)'입니다. 한 줄 한 줄 경전을 따라 쓰듯 수평선·수직선을 반복해서 채우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느낌이랄까. 베틀의 씨줄과 날줄과도 같습니다. 역사의 흐름이라는 씨줄에 현재의 현상인 날줄이 교차하죠. 이쪽에 선을 그으면서도 저쪽을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조망하지 않으면 그림이 안 됩니다."

1963년 오리진협회 창립전으로 데뷔한 이래 50여 년 꾸준히 단색 평면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최명영(74·사진) 작가가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 '평면 조건 - 몸을 드리다'를 열고 있다. 삼성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를 거쳐 부산시립미술관과 대구시립미술관 관장을 지낸 김용대 큐레이터가 그의 작품 94점 중 49점을 선별해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1970년대부터 올해까지 작품 49점을 선보이는 사실상의 회고전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소재와 기법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손가락으로 유화 물감을 찍던 1970년대와 달리, 1980년대에는 송곳으로 찍은 한지를 먹으로 물들이거나 캔버스에 롤러로 유화물감을 칠하고 테두리에 뭉친 질감을 드러냈다. 1990년대부터는 캔버스에 붓으로 아크릴물감을 칠하는 방식을 고수했지만, 최근에는 눈금을 새긴 종이에 손으로 물감을 찍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을 가로·세로로 칠하면서 조금씩 선과 면을 만들어갑니다. 많이 칠할 때는 10번까지도 덧칠하는데, 이 과정에서 평면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일까, 평면은 어떤 조건에서 공간이 되는지를 연구하는 작업입니다." 전시는 9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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