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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갈길 먼 '준법감시'

외국계 모 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금융감독원 검사과정에서 일부 고객에게 대출약정서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등 4건 이상의 불법ㆍ부당행위가 적발됐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 8월 해당 은행에 담당 직원들에 대한 제재를 의뢰했으나 이 은행은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모 증권사도 리서치센터에서 기업분석자료를 낸 뒤 리서치센터와 자체 자금운용부서에서는 24시간 동안 해당 주식을 매매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어겼다가 지난해 적발됐다.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견책ㆍ주의ㆍ경고 등의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이처럼 감독당국이 금융기관 직원의 불법ㆍ부당행위를 적발하고 해당 기업에 자율적으로 처벌하라고 의뢰조치하고 있으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 소속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4월 조치의뢰제도가 도입된 뒤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불법ㆍ부당행위에 대해 조치의뢰한 38건 중 해당 금융사가 정직ㆍ해고 등 감봉 이상의 징계를 취한 것은 4건에 불과했다. 조치의뢰제도는 대형 금융사고나 분식회계, 저축은행의 동일인 대출한도 위반 등 죄질이 무거운 것을 제외하고 웬만한 불법ㆍ부당행위는 금융기관 스스로 징계하라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금융기관들의 자율규제 기능과 준법통제 능력을 믿고 이뤄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은행ㆍ증권ㆍ보험사 외에 카드사, 종금사, 대형 상호저축은행에 대해서도 확대 실시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도 기관이나 경영진의 불법ㆍ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직접 제재하지만 직원들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에 처벌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제 식구 감싸기’식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조치의뢰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준법통제 능력 강화라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은 선진국과 달리 아직 준법감시인에 의한 내부통제가 미흡한 상태다. 금융감독당국은 그냥 불법내용을 금융기관에 통보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계가 조치의뢰제도를 스스로 무력화시킬 경우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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