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을 바닥에 놓고 뛰어오르게 했다. 벼룩은 지면에서 1m가 넘는 곳까지 뛰어올랐다. 몇 차례 마음껏 뛰게 한 뒤 지상에서 1m 높이에 덮개를 씌웠다. 힘껏 점프한 벼룩은 번번이 덮개에 부딪쳤다. 수십 수백 번 덮개에 부딪치도록 내버려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덮개를 치웠다. 벼룩은 계속 뛰어올랐지만 덮개를 씌우기 전만큼은 도약하지 못했다. 그 후로 죽을 때까지 벼룩은 1m 이상 뛰어오를 수 없었다. 이른바 '벼룩효과'다.
'코끼리 사슬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다. 우선 아기 코끼리를 사슬에 묶는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코끼리가 이리저리 발버둥을 쳐보지만 족쇄를 부수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시간이 흐른 후 코끼리는 어릴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거구로 성장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사슬을 끊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됐지만 코끼리는 그럴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코끼리의 행동반경이 어릴 때에 비해 한 치도 넓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어떤 기업이고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눈망울은 대개 초롱초롱하다.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가슴을 뜨겁게 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번득인다. 그러나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는 동안 이들 중 상당수는 가슴이 식어가고 의욕이 잦아든다. 입사 초창기의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고만고만한 직원이 돼가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대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욕 안 먹는 일을 하는 데 만족한다.
사람은 경험의 지배를 받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부정적인 경험이 누적되면 그것을 정해진 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 안주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시간과 공을 들여 구상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상사의 핀잔과 강압에 사장되는 경험이 되풀이되면 누구라도 자신의 시도에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기존의 틀과 관행에 묶여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조직에 발전을 기대하기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직원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좌우하는 것은 그가 속한 조직의 문화와 분위기다. 보다 정확히는 상사의 작은 말 한 마디와 행동거지 하나가 부하직원의 근무 태도와 방식을 결정한다. 리더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면 그가 이끄는 조직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오해와 착각이 발생한다. 드라마 '미생'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선한 '오 과장'에 대입하지만 실상은 최악의 상사인 '마 부장'과 닮은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부하의 사기를 북돋고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독선과 타성에 젖어 조직의 에너지를 떨어뜨리는 상사가 돼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땅의 수많은 마 부장들이 자신의 과오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벼룩을 뛰게 하자. 코끼리를 춤추게 하자. 마음껏 뛰어오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준다면 벼룩과 코끼리는 알아서 제 할 일을 할 것이다. 리더가 할 일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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