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국 장기화 전망의 배경으로는 우선 새누리당과 단원고 유가족 대표 간의 면담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점이 꼽힌다. 전날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유가족 측은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여야 합의 과정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은) 야당조차 포기한 안인데 (유가족이) 계속 수사권·기소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진척이 안 된다"고 양측의 입장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문제 등을 놓고 유가족 단체가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점도 장기화 전망을 낳게 하는 요인이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면담을 갖고 단원고 유가족 측과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했다. 정명교 일반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진상조사위가 구성될 경우 단원고 유가족과 동등하게 참여해서 (의견을) 주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새누리당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세월호 유가족 측은 총 3명이 참여할 수 있는 가운데 두 유가족 단체가 각각 1명씩 진상조사위에 참여하되 남은 1명은 상호 협의를 통해 확정하자는 게 일반인 가족대책위의 요구다. 김씨가 단식을 중단한 것을 놓고도 새누리당이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으며 세월호 가족대책위 측과 신경전을 빚는 등 양측의 간극이 오히려 넓어진 점도 세월호 정국의 장기화를 전망케 하는 요인이다. 새누리당은 김씨의 단식 중단과 관련, "두 차례 대화를 통해 서로 오해와 불신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된 게 영향을 미친 덕분"이라고 평가했지만 유가족 측은 장기전을 위한 결정이라고 반박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야당은 노선 갈등을 겪으며 내부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경파 의원들은 장외로 나가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온건파 의원들은 가장 강력한 투쟁 방법이 원내투쟁이라면서 야당 내부분열이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30일까지는 계획했던 대로 비상행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새누리당 측에서 입장 변화가 없어 (30일 이후 장외투쟁 중단) 결정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온건파를 자청한 김영환 의원은 "(현재까지 장외투쟁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당이 언제나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따라갔지만 (이제는) 굴복할 수 없다"며 장외투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역시 지난해처럼 장기간 파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야는 지난해에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갈등을 빚다 국회 개원 25일 만에 의사 일정 협의를 완료했다. 일단 새정치연합은 다음달 1일 열릴 예정인 정기국회 개회식에는 참석할 방침이다. 문제는 향후 정기국회 의사 일정 참석 여부다. '전면 보이콧'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원내투쟁을 요구하는 중도·온건파의 주장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비록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158석)을 점유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이 국회로 돌아오지 않으면 국정감사·법안심의·예산심사 등의 일정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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