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14일(현지시간) 긴급 각료회의에서 다음달 15일로 구제금융 졸업 날짜를 확정한 뒤 의회 연설을 갖고 "국가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렸고 지금이 이 같은 결정을 수행할 가장 적절한 시기"라며 "정상적 경제ㆍ예산ㆍ재정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10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연합(EU)으로부터 675억유로(약 96조6,883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 및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유로존 내 5개국(스페인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키프로스ㆍ그리스) 중 채권단으로부터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이 그 뒤를 이어 졸업 절차를 밟는다.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회의 뒤 성명을 내고 "스페인이 내년 1월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스페인은 유로존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을 통해 400억유로(약 57조2,968억원)의 은행 구제금융을 받았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모두 구제금융 졸업에 따른 시장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적 보호 조치(크레디트라인)도 요청하지 않았다.
한때 'pig(돼지)'와 발음이 비슷한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로 포함되며 굴욕을 겪은 이들 국가에 구제금융 조기 졸업은 지난 6년간 지속된 경제부진에서 벗어난다는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전날 발표된 유로존의 올 3ㆍ4분기 성장률이 0.1%에 불과할 정도로 유럽 전체의 경기침체가 여전하고 두 나라의 채무 역시 높은 수준이어서 구제금융 졸업 이후 성공적 안착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평가다. 아일랜드ㆍ스페인의 국가채무는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124%, 9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나라가 여전히 많은 채무와 고(高)실업률, 재정적자 등에 시달리고 있어 이들의 구제금융 졸업 계획에는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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