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화두인 융합과 창조로 세상의 변화에 걸맞은 혁신을 이루려면 기존의 가치 체계나 정형화된 관행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새로운 변화 요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나타내기까지 자신을 둘러싼 기존 체계의 '관성 모멘트(moment of inertia)'를 함께 바꿔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나마 있던 변화 의지마저 꺾여버리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도 관행에 익숙해지면 변화는 멈춰 서게 된다.
날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거의 전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는 다양한 정책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귀빈 소개로 시작해 축사·격려사로 이어지다 케이크커팅·시상식, 기념사진 촬영으로 끝나는 공급자 중심의 관행적 식순은 좀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단상에 오르는 사람들만 달라질 뿐 비슷비슷한 축사와 격려사 속에서 어느 한 구절이라도 기억하고 가슴에 담는 참가자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저기서 열리는 비슷한 행사에 관련 기업 같은 '을(乙)'군(群)이 자의 반 타의 반 얼굴을 비치고 정작 주인공이 돼야 할 참가자들은 들러리가 돼버리는 상황 속에서 과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제 창조적 아이디어로 경제와 사회에 스마트한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시대 돌파의 패러다임이다. 우리 소통방식도 이제 시대 트렌드에 맞춰 스마트하게 탈바꿈하려고 고민해야 한다.
사실 공급자 위주 행사에서 수요자 편의 중심의 행사로 바꿔보려는 시도들이 없던 것도 아니다. 컨퍼런스나 포럼에 축사를 생략하거나 무대 형태를 바꿔보기도 하고 참여형 프로그램이나 문화공연을 더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잘 안 바뀌는 이유는 거의 모든 행사의 높이가 기획자나 조직의 윗선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 대부분이 기획하는 정책 행사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의전적 형식보다 우선 고려할 요소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가서는 자세와 공감을 얻기 위한 배려이다. 애써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만큼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행사는 그저 또 하나의 전시적 실적 쌓기일 따름이다.
각 부처·담당국·산하기관별로 각자 추진한 유사한 정책과 행사들을 연결하고 협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함께 넓게 소통하고 함께 진작시켜나가는 통합적 기획을 시도해야 한다. 학회나 협회, 유관기관도 각각의 정체성을 살리되 상승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기관장들은 형식적으로 행사에 참석하기보다 프로그램과 콘텐츠에 어우러져야 한다. 이것이 더 바람직한 리더십이라는 사회적 격려도 필요하다.
국민은 '배려'에 마음을 열고 '감동'에 움직인다. 소통을 하려면 수용자인 기업과 국민의 입장에 서야 한다. 오래된 관행과 관점을 바꾸는 스마트한 변신이 필요하다. "다음 번 행사도 역시나 이런 식이겠죠?"라는 질문은 더 이상 받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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