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 유적지로는 만리장성과 병마용갱이 꼽히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병마용갱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역대 다른 대통령과 달리 상하이(上海)가 아닌 시안을 방문한 것 자체가 중국과 정치나 안보, 경제 등 다른 분야 못지않게 문화를 통한 상호 이해와 소통도 중시했기 때문인데 이날 병마용갱 방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양국간 문화교류 및 신뢰관계 강화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병마용갱 방문의 한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방문을 마친 뒤 중국 산시(陝西)TV와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오늘 많은 기대를 갖고 왔다"며 "몇 천년 전부터 이렇게 정교한 병마용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고, 인류를 발전시킨 문화가 위대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방명록에 "병마용에서 장구한 중국 문화의 진수를 느끼고 갑니다"라고 적었다.
보라색 나비모양 브로치를 단 하늘색 재킷에 갈색 바지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병마용 관람 도중 현지 관광객 1천여명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손을 들어 화답하며 "고마울 따름이지요"라고 말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중국인들 사이에 박 대통령의 인기가 뜨거운 것에 대해 "이게 바로 대중 외교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자크 시라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등 유력 외국 정상들도 중국 방문시 병마용갱을 찾았다.
특히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병마용갱을 방문함으로써 텐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냉각돼 온 양국 관계를 종전 수준으로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병마용갱의 유래는 사마천의 사기에 자세히 기술돼 있다. 진시황은 즉위하자마자 전국에서 70만명을 차출해 무덤을 조성했는데 병마용갱은 이 무덤에 딸린 배장갱(陪葬坑)과 배장묘(陪葬墓) 200여개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병마용갱은 극심한 가뭄이 찾아온 1974년 봄 농민들이 우물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했으며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병사와 전차, 말, 곡예사, 악사 등 다양한 사람과 동물, 사물 8천여개의 채색 테라코타로 진법에 따라 배치돼 있으며 실물보다 조금 크게 제작된 병사는 기병인지와 보병인지에 따라, 또 계급에 따라 복장이 각기 다르며 표정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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