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IT 전문가인 니콜라스 카는 2010년 발표한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을 통해 "구글이 우리를 어떻게 멍청이로 만들고 있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카는 간단한 지식을 떠올리기 위해 구글을 검색하고, 강박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뇌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수 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엄치는 데 익숙했던 자신이 언제인가부터 독서에 집중하는 일을 마치 투쟁처럼 느끼게 됐다고 한탄했다.
그의 구구절절한 호소는 시대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을 감명시켰고, 이후 인터넷이 '디지털 치매'를 유발한다거나 스마트폰이 인류의 생각하는 능력을 갉아먹는다는 주장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술과학 분야의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책 '생각은 죽지 않는다(Smarter than you think)'를 통해 이 같은 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 역시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사고 패턴을 바꾼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자는 그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본다.
인간은 기술과의 협업을 통해 우리 생각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세계 체스황제로 군림했던 게리 카스파로프의 사례를 든다.
1997년 카스파로프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에 여섯 게임을 내리 패한 사건을 두고 언론은 '두뇌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대서특필해댔다. 그러나 카스파로프는 딥블루에 패배했다는 낙담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인간과 컴퓨터가 공생하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컴퓨터의 능력과 인간의 직관·통찰력이 결합한다면 무적의 팀이 꾸려지지 않을까. 이렇게 만들어진 체스팀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 종족의 이름을 딴 '켄타우로스'다. 이 인간과 기계의 협업팀은 인간 혹은 기계만으로 꾸려진 팀을 쉴 새 없이 물리쳤다.
물론 새로운 사고 툴 사용법을 제대로 이해, '좀 더 창의적인 인류'가 되기 위해선 비판적인 시각과 호기심, 실험 정신을 갖춰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미래 인류는 멍청이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에 매달리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카스카로프는 컴퓨터와의 싸움에서 완패를 인정한 뒤 낯선 유형의 기계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켄타우로스를 만들어냈고, 덕분에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1만6,8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