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불붙은 글로벌 통화전쟁에 대응하기위한 조치란 평가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지난 10월이후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양적완화 대열에 동참하면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의 압박도 커졌다.
한은과 금리변동이 가장 유사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호주중앙은행도 7일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둘 다 사상 최저다.
특히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일본은 엔저 공세를 날로 강화하고 있다. 대(對) 달러화 거래를 통해 정해지는 원·엔 재정환율은 8일 4년8개월 만에 100엔당 1,100원대가 깨졌다.
둘째로 이번 금리 인하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의 일환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17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고 한은은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는 금통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린다.
4월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은 “건설, 부동산, 해운. 조선, 철강 등 취약업종은 시장금리 수준과 상관없이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가 대기업의 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동성이 실물로 이어지지 못하고 한은과 은행 사이만을 오간다는 ‘유동성 함정’을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돈의 순환 정도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3월 20.80배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다. 이는 돈맥경화 수준이다.
0.25%포인트 정도의 인하가 실물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 여력만 소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전날 연구원의 수정경제전망 발표 자리에서 “(금리를 한 번에 대폭 내리는 것이 아니니) 0.25%포인트를 내려야 앞으로 0.5%포인트, 0.75%포인트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이든 이날 한은은 금리를 인하하며 정부·정치권과의 기 싸움에서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됐다.
8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한국은행에 “자칫 청개구리 심리를 갖고 있거나 호주산 (나무)늘보의 행태를 보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역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에 금리인하를 압박한 것이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의 싱크탱크인 금융연구원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며 “통화 당국은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계청·기획재정부와 벌인 ‘경기인식’ 설전에서도 한발 물러난 꼴이 됐다.
그간 한은은 ‘하반기 경기가 반등한다’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형 전망을 했다. 그러나 범정부는 ‘이대로 두면 하반기 경기가 악화한다’는 ‘상저하추(上低下墜)’형 인식 하에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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