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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즈 레터] 유전무죄 무전유죄
입력2008-04-20 15:32:11
수정
2008.04.20 15:32:11
삼성의 특검 수사결과 발표를 지켜보면서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옥범 지강헌의 절규가 새삼 떠올랐습니다.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감미롭게 흐르는 가운데 검은 선글래스를 낀 지강헌이 깨진 유리창 사이로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
당시 민심은 그들의 탈주극이 오래 이어지기를 아니 차라리 영원히 잡히지 않기를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1980년대 말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의 대명사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이 말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의 경제학과 교수인 스티븐슨과 울퍼스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수록 행복을 더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제까지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며 애써 자위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믿음을 가차없이 배반하는 연구 결과입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주머니가 빈털터리일 때보다는 두둑할 때가 더 자신감이 생기고 뿌듯하며 행복하다는 점입니다.
‘부자가 천국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들을 흔히 합니다.
사실 여부는 사후의 일이어서 증명되지도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감옥 가기가 훨씬 더 힘들다는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터에서 돈 벌려고 아둥바둥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이들 외국 유학도 보내고 시집 장가 갈 때 전셋집이라도 한 채 장만해주려면 나이 먹으면서 돈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자신도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늙어서 돈 없이 지지리 궁상 떠는 것보다 여유롭고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는 게 훨씬 더 보기도 좋습니다. 이제껏 돈과는 애써 담을 쌓고 살았다면 앞으로 돈 버는 일에 좀더 눈을 돌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씁쓸한 지난 한 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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