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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주 자본주의의 명암

최형욱기자<증권부>

얼마 전 유가증권시장(옛 거래소)에 상장된 소형 우량기업을 취재했을 때였다. 해당 회사의 사장은 대뜸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주가가 오르면 소액주주들이 투자액에 비해 배당이 적다며 불평하는 등 귀찮은 일만 생긴다는 것이었다. “투자 자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상장사’라는 간판에 현혹돼 상장했던 게 지금은 후회가 돼요. 가끔 소액주주라는 사람들이 주가부양을 위해 회사자산을 팔라고 요구할 때면 정나미가 다 떨어집니다. 뭐라고 반박하면 회사의 주인한테 감히 대든다고 난리예요.” 한마디로 주주들 등살에 회사경영을 못하겠다는 얘기였다. 물론 그가 ‘주주중시 경영’이라는 기본기가 결여된 경영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주주이익 극대화가 절대선’이라는 왜곡된 주주 자본주의 논리가 판을 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상장사들의 경우 배당ㆍ자사주 매입 등 상장유지 비용이 자본조달 금액을 넘어선 지 오래다. 주주 자본주의가 정경유착, 대기업 오너의 전횡 등 한국경제의 고질병 해소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주주 이익만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 월가 투자자들의 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정부도 투자자금 조달 활성화나 국부유출 방지 등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논리 자체를 거스를 때가 다반사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만이 아니다. 기업에 밥벌이를 의지하고 있는 경영자, 임직원, 관련 거래처 등도 공동의 주인이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 미래 세대도 큰 범주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현재 국내 상장사 10개 중 7~8개는 청산시키는 게 더 낫다. 시가총액보다 자산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주 몫 확대라는 월가식 자본주의 논리를 옹호하기보다는 기업과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주 자본주의의 허상을 제대로 살펴볼 때가 됐다. 외국계 투기 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주주 몫을 빼돌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한발 물러나서 봐도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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