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우리 기업체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조직적인 자원봉사활동을 벌이면서 대규모 성금도 마다하지 않는 등 즐거운 기부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에서부터 김장 담그기 행사 등 주제도 다양해졌다.
세밑 온정의 대상도 독거노인에서부터 형편이 어려운 가정, 그리고 다문화 가정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추운 겨울 이 같은 관심과 물질적인 기부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모두가 살기에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확신마저 든다.
안타까운 점은 이 같은 기업들의 이웃 사랑이 연말연시에 집중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끼니를 거르는 어린 학생에서부터 홀로 하루 세끼를 챙겨야 하는 독거노인에 이르기까지 이웃들의 따스한 관심과 온정이 필요한 불우이웃들은 1년 365일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세밑 온정은 연말에만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더 큰 문제는 세밑 온정의 주인공이 기업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우 개인들의 기부가 전체 기부액의 절반을 크게 웃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오로지 기업들 밖에 없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압도적이다.
덧붙여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기업의 대부분이 국내 기업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신문 지면과 방송을 통해 불우 이웃에게 기부를 하는 기업은 역시 대다수가 국내 기업이다. 국내 시장에서 돈을 쓸어 담는 외국계 기업들의 이름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한국 시장에서는 오로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한 뒤 이익을 배당 형태로 본사에 송금하는 것이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철학인 듯한 인상마저 지울 수 없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기부는 아름다운 선행이다. 한국 시장에서 가파른 점유율 상승을 올리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아름다운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는 뉴스를 보고 싶은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