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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2시간 만에 사라져… 2명 위조여권으로 탑승해 테러 가능성

■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미스터리

탑승객 대부분이 중국인 中 소수민족 소행 가능성

기상 양호·안정고도 유지… 과실·기체결함 주장도


지난 8일 새벽 승객과 승무원 등 총 239명을 태운 채 베트남 남부해안과 말레이시아 영해 사이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 777-200기에 대한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고원인은 탑승객 가운데 적어도 4명이 위조여건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져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의 과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9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히삼무드딘 후세인 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적어도 4명의 탑승객이 도난된 여권을 이용해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가안보기관과 대테러조직이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AP통신은 사고기 탑승자 2명이 이탈리아인인 루이기 마랄디와 익명의 오스트리아인의 분실된 여권으로 탑승수속을 밟고 항공기에 올랐다고 각국 외무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로이터도 중국 푸젠성 샤먼시 관영신문인 샤먼일보를 인용, 탑승객 중 한 명이 성명과 여권번호가 다른 여권을 이용해 비행기에 올랐다고 전했다.

또 사고 직전 항공기가 관제탑에 아무 이상 신호도 주지 않은 점과 사고 당시 기상 여건이 양호했다는 점도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만약 테러라면 그 배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고기의 국적이 말레이시아지만 행선지가 중국 베이징이었고 탑승객의 3분의2인 153명(어린이 1명 포함)이 중국인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겨냥한 테러일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현재 베이징에서는 제12기 2차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고 있고 전인대 전에 열리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 이틀 전에는 쿤밍에서 테러가 발생해 1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도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중국 내 소수민족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8일부터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긴급대응에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보고를 받은 직후 각각 긴급지시를 통해 유관 당국에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현재 사고지역에는 중국 항공기 2대와 해경선 6척, 구조선 14척, 헬리콥터 2대, 해군 군함 2대 등 대규모 구조대가 급파된 상태다.

한편 테러가 아닌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항공전문가 베르나르 샤베르는 9일 프랑스 라디오채널 유럽1에 출연해 "해당 비행기가 2012년 상하이공항 이착륙장에서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와 충돌해 광범위한 수리를 했으며 특히 오른쪽 날개 일부 부품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 당시 항공기가 1만m의 안정 고도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돼 기체 이상에 따른 추락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조종사의 실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고기 조종사들이 자동항법장치를 끈 상태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수동으로 기체를 몰다가 변을 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5월31일 발생했던 에어프랑스 소속 A330 사고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승객과 승무원 228명을 태우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갈레앙국제공항을 이륙, 프랑스로 향하던 이 여객기는 이륙하고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지며 교신이 끊겼다. 프랑스항공조사국(BEA)은 두 달여의 블랙박스 분석 끝에 비행기의 외부속도 감지기가 파손돼 경고음이 울렸을 때 기장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두 명의 부기장은 속도계 이상을 알고도 정상 운항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등 조종사 과실이 상당수 있었다는 중간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사고원인은 비행기 잔해를 수습한 후에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잔해가 수십㎞에 걸쳐 넓게 퍼져 있다면 비행기가 공중 폭파됐다는 근거가 돼 테러에 더욱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반면 잔해 규모가 작다면 비행기가 멀쩡한 상태로 추락하다 바다와 부딪히면서 부서졌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베트남은 8일 사고해역 인근에서 항공기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띠를 발견해 이 지역을 집중 수색했으나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9일 발표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항공기 15대와 구조선 9척을 부근 해역에 급파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고 미국과 싱가포르·필리핀·인도네시아 등도 수색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연방수사국(FBI) 요원과 연방항공청(FAA) 등의 인력을 파견해 조사를 돕고 있다.

한편 항공기가 사고 직전 회항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레이시아 공군이 밝혀 사고원인 파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로잘리 다우드 공군참모총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레이더 기록을 본 결과 항공기가 항로에서 벗어나 방향을 돌렸음을 시사하는 징후가 있다"며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 항공기는 8일 0시41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오전6시30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오전2시40분 통신이 두절된 후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중간 해역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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