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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첫 성희롱 판결 '서울대 우 조교 사건'

피고가 거액 배상 판결로 이목집중<br>우리 사회 성희롱 인식 변화 단초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 판결은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이다. 이 사건은 서울대학교 화학과 실험실에서 1년간 유급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우모 씨가 '지도교수인 신모 교수가 불필요한 신체접촉과 성적 발언을 지속해 거부의사를 밝히자 재임용에서 탈락했다'며 신 교수와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5,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서울민사지방법원은 1994년 4월 신 교수의 행동을 '성적접근 및 언동'이라고 표현하며 우 조교가 주장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적 자유 및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에서 일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단 아래 신 교수에게 총 3,000만원을 배상하라 명령했다.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 거액 배상 판결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6년을 끌어온 이 소송은 4번의 판결을 거쳐 피고인 신 교수가 5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확정판결로 매듭지어졌다. 우 조교 사건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남겼다. 아직까지도 1심 판결서 나왔던 높은 배상액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돈이면 해결된다'는 잘못된 인식도 함께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사회생활 4년 차인 김모(27)씨는 "남직원이 여직원들 앞에서 심하게 야한 농담을 하자 팀장이'너 3,000만원이 있냐'며 비웃더라"고 털어놨다. 또 안씨는 "물론 돈 액수가 남성들이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희롱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희롱을 참다 못해 고용평등상담실의 문을 두드린 여성들은 지난한 법정 다툼과 확실치 않은 배상금액 때문에 민형사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민우회에서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씨는"법적 해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고소하겠다는 상담이 들어오면 우 조교가 6년간 소송에 매여있었지만 결국 500만원을 받았다고 알려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사법부에서 우 조교 사건을 보수적으로 결론 짓는 바람에 공개적으로 사건을 노출시켜도 남는 것이 없다는 고정관념이 남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법원에 들어온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성폭행처럼 형사상 책임이 명확한 경우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다. 법원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보다 해고된 남성들이 억울하다며 징계를 풀어달라고 법원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훨씬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 조교 사건은 성희롱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변화하는 단초가 됐다. 우 조교가 확정판결을 받기 세 달 전인 1999년 2월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을 문제로 인식하게 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기존의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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