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자치구에서 보유한 전기차는 모두 84대인데 이 가운데 본청에서 83%에 해당하는 70대를 보유하고 있고 서초·영등포·노원구 각 2대를 비롯해 11개 자치구에서 14대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14개 자치구에서는 당분간 전기차 구입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와 자치구가 이렇듯 친환경 전기차 도입을 두고 엇박자를 내는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을 비롯해 자치구가 부담할 복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이달부터 기초연금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구도 중랑구, 금천구 등 11곳에 달한다.
또 기존에 자치구에서 전기차를 마련할 경우 국비와 시비가 각각 1,500만원 지원됐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비 지원이 절반 수준인 750만원으로 줄면서 자치구의 전기차 구입 부담금이 대당 1,900∼2,750만원으로 늘어난 것도 어려움을 키웠다.
용산구 관계자는 "매년 각 부서마다 전기차 구매 희망 부서를 조사하는데 아직 한 번도 신청한 부서가 없었다"며 "구에서 2,000만원 정도의 예산이면 여러가지 사업을 할 수 있는 돈인데 복지 비용을 대느라 허리가 휘는 상황에서 전기차에 이 정도의 돈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평구 친환경에너지 관계자는 "하루 20여건씩 외부 출장을 나갈 때도 기존에 있는 구청 차량을 이용하기보다는 개인 차량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상황"이라며 "단돈 몇 푼을 쓰려고 해도 예산과, 구의회 보고를 거쳐야 하는데 전기차를 누가 말이나 꺼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에서는 지난 20일 원전 하나 줄이기 2단계 사업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 정책을 통해 2018년까지 전기차를 비롯한 나눔카 이용자를 25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또 최근 전기 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급속 충전기를 시내 46곳까지 늘리며 전기차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이 인프라를 활용·발전시킬 전기차가 돌아다니지 않아 '전기차 도입→인프라 구축→전기차 구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더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 주도의 저탄소차협력금제도도 내년 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민간으로의 전기차 확산도 어려워져 시의 전기차 도입 사업이 요원해지고 있다. 시의 그린카 보급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구청 입장에서는 예산 문제로 전기차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 친환경교통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는데 저탄소차협력금제도도 미뤄지면서 서울시 전기차 목표 대수도 대폭 조정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