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상장회사들의 우리사주제도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근로자가 요청하면 대주주가 주식을 되사주는 '환매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무매입 시기를 늦추는 등 일정한 유예조항을 두기로 했다. 대주주가 우리사주조합에 경영권에 해당하는 지분을 넘길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미뤄주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29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자들의 복지와 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부처 합동으로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으며 오는 10월께 결과가 나오면 기획재정부와 세제혜택 등을 협의한 뒤 관련법을 개정해나갈 예정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사주제도 도입취지는 노사 협력에 따른 성과를 공유하자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복지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활성화해나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상장사의 우리사주 환매수는 임의조항이기 때문에 대주주가 반드시 되사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근로자들의 우리사주 매입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우리사주를 산 근로자가 원하면 대주주가 의무적으로 되사줄 수 있도록 환매수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근로자가 대거 우리사주를 팔면 경영권 위협 등의 요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환매수에 일정한 제한을 둘 계획이다. 일정 기간 이후로 환매수 시점을 미루거나 일정 가격이 회복된 뒤로 늦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대주주가 우리사주를 되사줄 때 드는 비용에 대해 세금을 줄이거나 미뤄주는 세제혜택도 추진하고 있다. 환매수 의무화에 따른 대주주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우리사주 매입 후 주식을 팔 수 없는 보호예수 기간에 원금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상장기업은 환매수제도 없이도 주식시장을 통해 자유롭게 우리사주를 사고팔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졌을 때 손실 보전이 안 된다는 불만을 사왔다. 우리사주는 한 번 사면 1년에서 최대 8년까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해 가격이 하락해도 제때 팔 수 없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의무예수 기간에 우리사주에서 손실을 본 조합원 비중은 평균 32.4%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손실보전방안 관련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우리사주조합과 금융회사 간 파생결합증권 계약을 통해 70~80%까지 손실을 보전하는 일종의 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이다. 계약에 드는 비용은 우리사주를 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이로 인한 수수료와 근로자 및 대주주·회사가 출연하는 기금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사주도 주식이기 때문에 투자자(근로자)가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근로자복지제도의 하나이고 우리사주를 통해 기업도 생산성이 향상되므로 손실보전제도를 도입하고 기업도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경영자가 우리사주조합에 기업을 승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은 2세 경영자에게 기업을 넘겼지만 상속·증여세 부담이 커지고 자녀들이 기업을 맡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 가업승계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운·조선·건설 등 2차 제조업일수록 가업승계가 어려워 제3자에게 파는 경우가 있다"면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기업 사정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에게 기업을 맡기는 격이고 근로자 역시 대량 구조조정의 위험을 안게 되기 때문에 기업 사정을 잘 아는 근로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려는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영진이 일정 이상의 지분을 우리사주조합에 넘긴 후 일정 조건을 갖춘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 양도차익 과세를 미뤄주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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