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2ㆍ4분기 실적은 저금리ㆍ저성장 기조로 핵심 수익 기반인 이자이익이 줄어든데다 대기업과 해외사업 부실화로 상당한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1ㆍ4분기보다 악화됐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5년 후 은행 순익이 지금의 5분의1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7,600만원으로 3년 새 30% 넘게 올랐고 지점은 7,800여개로 300여개 늘었다. 정규직이 90% 이상인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말 기준 1억원을 넘는다. 군필자가 15년가량 근무해 차장을 달고 실적평가에서 S등급을 받으면 이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은행 순이익의 88%가 예금ㆍ대출금리 차에서 발생하는 단순 예대마진에서 나온다는 것도 후진적이다. 미국ㆍ영국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이 순익의 30~50%대를 차지한다.
은행권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비용절감은 물론 성과연동형 임금체계 강화, 점포 통폐합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수익기반 확충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정부 때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다 은행 수익이 반토막 났다며 수수료 현실화를 내세우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관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수익성 악화로 개인금융 업무를 접은 HSBC는 11개 지점 가운데 10개를 폐쇄한 데 이어 대규모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지 않은가. 시중은행들이 아직 이런 상황까지 내몰린 것은 아니지만 대응을 소홀히 하면 수년 뒤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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