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공장 올 착공…업계1위 굳힐것"<br>알래스카 이어 연내 중동시장 진출 고려<br>특수 구조물외 선박 블록등 신제품 생산<br>"올성장·내실 통한 도약기반 반드시 마련"
“지난해 5월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신입사원이 된 기분으로 말을 앞세우기보다 발로 뛰는 최고경영자(CEO),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해 회사의 비전을 보여주는 CEO가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 동안 시간만 나면 공장을 찾고 바이어를 만나고, 공사현장을 찾았지요. 연말 직원들의 얼굴을 보니 취임 당시하고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현대스틸산업 직원들이 눈에 띄게 변했다고 했지만 잘 몰랐습니다. 지난해 송년회 때 보니 정말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무엇인가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욕이 가득한 얼굴로 바뀐 것을 보았지요. 물론 실적이 좋아진 것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손광영(55ㆍ사진) 현대스틸산업㈜ 대표의 짧은 ‘사장 경험기’다. 현대스틸산업은 지난 79년 현대건설 철구사업본부로 출발, 2002년 4월 현대건설로부터 분사돼 철구조물 및 산업설비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시설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다.
손 대표는 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 근무를 거친 후 93년부터 13년 동안 현대건설 홍보실에서 일한 ‘정통 홍보맨’이다. 지난해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단행한 본부장급 이상 인사에서 “현대건설이 가장 어려움을 겪을 때 홍보실을 맡아 발휘한 능력이면 훌륭한 CEO로도 성공할 수 있다”며 현대건설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스틸산업의 수장자리를 그에게 맡겼다.
이 사장의 말대로 손 대표는 발로 뛰는 CEO가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손 대표는 “취임 이후 되도록 집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발로 뛰며 현장 직원들과 고락을 같이 하는 CEO가 되도록 노력했다”며 “홍보맨 시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진심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설득하는 자세로 직원들을 대하니 회사의 모든 업무가 잘 풀려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스틸산업이라는 회사보다 현대스틸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결국 회사실적은 그 구성원들의 노력에 있는 만큼 그들의 마음부터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손 대표와 직원들의 노력의 결실은 실적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지난해 1,800억원의 신규수주와 1,900억원의 매출, 107억원의 매출이익을 올려 전년에 비해 20% 이상 성장한 것. 경상이익은 64억원으로 전년(38억원) 대비 7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스틸산업과 손 대표에게 올해는 뜻 깊게 다가온다. 지난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내 율촌제1지방산업단지에 10만평의 부지를 매입했고 이 부지에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2,000평 규모의 금속조립구조재 제조공장 설립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한 3개 공장 부지 면적(약 8만5,000평)보다 더 큰 규모다.
손 대표는 “부두 안벽 시설을 갖춘 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스틸은 스틸산업 분야의 명실공히 1위 업체로서 위상을 굳건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현재 국제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교량과 초고층 빌딩 등 특수 구조물뿐 아니라 선박 블록 등의 신제품 생산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에는 해외사업 쪽에도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지난해 계약에 성공한 알래스카 지역 C-17 정비 복합시설 및 JL타워 공사를 바탕으로 알래스카 시장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할 계획이며 현대건설과 함께 중동 지역 진출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손 대표 “알래스카 지역은 앞으로 10여년에 걸쳐 오일ㆍ가스와 광산, 공항, 국가방위, 주거환경 개선, 기타 산업설비 등의 공사가 수백억달러 이상 투자되는 신규 건설개발 시장”이라며 “이 지역에서 확고한 시장 확보와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스틸산업은 올해 경영목표를 ‘성장과 내실을 통한 도약’으로 세웠다. 또 ▦질적인 성장기반 구축 ▦기술력 및 품질력 특화 ▦수익사업 창출 ▦인재 중시 경영 ▦업무 표준화 및 전산화를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실천 사항으로 정했다. 올해 확실한 회사의 도약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다짐이 엿보이는 목표다.
손 대표는 “성장과 내실의 2가지 목표 달성은 언뜻 두 마리 토끼 몰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실을 다지면 성장이 따라오고 성장을 하면 내실이 튼튼해지는 관계가 있다”며 “세부 목표를 더욱 구체화시킨 것은 연초에 의례적으로 세우는 허상적으로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목표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회사 모임에서 현장 직원이 ‘우리 회사의 비전이 무엇이냐. 제4공장(율촌공장)을 세우는 것이냐’고 당돌하게 묻더군요. 제 대답은 ‘우리 회사의 비전은 당신의 마음, 직원들의 마음에 있다’였습니다. 그리고 손을 한번 꼭 잡아줬죠.” 손 대표는 “결국 회사의 미래, 우리 사회의 미래는 ‘사람’이 아니겠냐”며 “앞으로도 서로 신뢰하는 믿음 경영으로 사회에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기업을 일궈내겠다”고 강조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직원 마음여는 신뢰경영 중시
현대가의 영욕이 배어 있는 현대자동차 계동사옥 12층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만난 손광영 대표는 인터뷰 내내 ‘믿음’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77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만 30년째 ‘현대맨’으로 근무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그런 자신을 신뢰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거둔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라고 말한다.
손 대표는 지난해 현대스틸산업의 대표로 발령받은 직후 인천과 천안, 대산공장을 잇따라 방문해 거창한 업무 보고를 받는 대신 현장을 둘러보고 직원들부터 만났다. 직원들의 얼굴에 회사의 미래가 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직원들의 얼굴들은 찬찬히 뜯어보면 그 사람이 회사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어떤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 보이지요. 얼굴들이 밝고 의욕적인 모습이 보이면 그 회사는 발전하게 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얼굴이 어두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지 않습니까.”
때문에 손 대표는 자신의 얼굴부터 자신감으로 무장한다. 마치 직원들에게 “나를 믿어라. 그리고 따르라”라는 표정이다. 물론 직원들의 호응도 좋았다. 직원들 한명 한명이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미래에서 회사의 비전을 찾고 업무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손 대표 앞에서 쭈뼛거리던 직원들도 이젠 당당한 얼굴로 대표와 함께 회사의 미래를 이야기할 정도다.
올해 대산공장에서 가진 신년간담회에서 손 대표는 여직원회 회장으로부터 “직원들에게 마음을 열어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대표로 취임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직원들의 신뢰를 얻으며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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