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이 발표된 2007년 당시. 국토연구원은 서울의 사무직 노동자 수가 2014년을 기점으로 정체 또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한편에서는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40만㎡), 잠실 롯데월드타워(60만㎡), 양재동 파이시티(75만㎡), 여의도 국제금융센터(50만㎡), 여의도 파크원(35만㎡), 상암 DMC랜드마크타워(72만㎡) 등 우후죽순으로 대규모 오피스빌딩 공급계획이 발표됐다.
이런 와중에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2014년 오피스 108만㎡를 공급해 6조5,000억여원의 분양수익을 올리겠다는 사업계획을 세웠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사업성 분석이 전반적인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피스 초과공급인데…현실적 사업계획 필요=전문가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개발을 완료하는 현재의 개발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현실성 있는 사업계획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서울 오피스시장 수급전망' 보고서에서 최소한 2016년까지는 공급 초과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을 3~4%로 가정하고 인구이동 등을 반영한 서울시 오피스 수요면적은 3,500만~4,000만㎡ 정도인 데 반해 2016년까지 공급 예정물량에 대해 실행률 65%를 적용한 공급면적은 약 3,600만~4,000만㎡ 정도라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2%대 경제성장률마저 위협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오피스 공실률도 늘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 3~4%대이던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3ㆍ4분기 기준)에는 8.6%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이지만 용산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계획은 2017년까지 130만㎡의 오피스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피스보다 수요 예측이 훨씬 어려운 주거시설과 상업시설도 각각 93만㎡, 97만㎡에 달한다.
최근 단계적 개발을 통해 공급물량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과도한 초기투자 낮춰야=사업이 장기간 단계적 개발로 전환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금융비용이다.
드림허브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에 따르면 2017년 완공하는 현재의 계획대로 하더라도 1조7,000억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대부분이 철도기지창 땅값 8조원을 포함해 12조9,000억원에 달하는 토지비 마련을 위한 자금차입에 따른 이자다.
사업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이자도 눈덩이처럼 늘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성공 사례를 보면 초기투자금 성격을 띠는 토지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 방식이 도입되기도 한다. 토지주인 공공이 민간개발업자에 개발권만 주는 방식으로 토지를 임대해주고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운영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금융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 개발은 재개되더라도 단계적 개발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사업 장기화에 따른 초기투자비용을 줄여야 할 뿐만 아니라 보다 안정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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