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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트베르거 가족은 덴마크에 살던 유대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친위대가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당시 13살이던 소년 레오 골트베르거는 "내가 살면서 겪은 가장 겁나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 골트베르거의 위층에 사는 이웃이 "골트베르거 가족은 여름휴가를 떠났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라"며 소리쳤고 또 다른 이웃은 새벽 3시에 이게 무슨 소란이냐고 항의한 것이다. 나치 병사들은 그곳을 떠났고 뒷문으로 도망친 골트베르거 가족은 스웨덴으로 안전하게 도피한 후 2년 뒤 이웃들의 보살핌으로 가구와 재산이 온전히 보전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7,200만명. 2차 세계대전 중에 죽은 사람들의 숫자다. 이중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이도 있고 평화로운 죽음을 원하는 노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1,000여명의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에 고용해 목숨을 구해주었던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처럼 알려지지 않은 제 2의 쉰들러가 세계 도처에 없었다면 이들의 숫자는 더 늘어났을 수도 있다. '2차대전의 숨은 영웅들(Great rescues of world war2)'은 2차 대전 중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구해주었던 또다른 쉰들러들의 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 유대인들이 나치 점령 지역을 탈출해 중립국으로 떠날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해준 외교관들, 불시착한 연합군 비행사들을 구해준 농민과 어부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22가지를 모았다. 저자는 "자신의 목숨을 걸거나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던 평범한 사람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한 생명을 구했다면 그것은 온 세상을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탈무드 속의 한마디로 충분하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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