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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포… 생활 풍속도마저 바꿨다

야외활동 기피 유동인구 감소… 음식배달·헬스장 이용 늘고<br>황사마스크 불티나게 팔려… 길거리 상점은 매출 '뚝뚝'


# 매일 회사 체력단련실을 이용하는 김정열(31·대전 둔산동)씨는 지난 5일 퇴근 뒤 운동을 하러 갔다 북적대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많아야 7~8명 정도였는데 이날은 미세먼지가 워낙 심했던 탓인지 스무명 넘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줄곧 대전시청 주변 산책로나 갑천 등 바깥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안으로 몰려들었다"며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날씨가 궂은 날 이용자가 크게 는다"고 말했다.

# 서울 종로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박진원(41)씨는 먼지가 심한 날은 점심시간이 되더라도 바깥에 나가지 않는다. 대신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 박씨는 "밖에 나가면 밥 먹으랴 차 마시랴 왔다갔다 하느라 밥보다 먼지를 더 먹는 것 같다"며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들어 미세먼지가 자주 기승을 부리면서 생활모습까지 바뀌고 있다. 헬스장에는 사람이 몰리고 배달음식 전문점은 반짝 특수를 누리지만 길거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6일 오전 바람이 초속 2~4m로 전날보다 두 배 가까이 세게 불며 미세먼지가 걷히자 서울 주요 지역의 대기환경지수는 '좋음' 또는 '보통'을 나타냈다. 숨 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두툼한 천으로 만든 방한마스크가 더 어울릴 쌀쌀한 날씨였지만 마스크 착용자 대부분은 천을 여러 번 겹쳐 만든 기능성 황사마스크를 썼다. 전날 서울 첫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의 극심한 먼지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탓이다.

서울 명동거리를 지나던 황모(57·여)씨는 "어제 바깥을 돌아다닌 뒤로 아직 눈이 뻑뻑하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남아 있을 것 같아서 마스크를 못 벗겠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입구의 한 대형약국에 들어서니 출입문 바로 앞 마스크 판매대의 가장 윗자리는 황사마스크가 차지하고 있었다. 약사는 "하루 평균 황사마스크 네댓 개가 팔리는데 어제 50개 이상이 나갔다"며 "찾는 사람들이 많아 잘 보이는 데 비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세먼지가 심할 때마다 유동인구가 확 줄면서 길거리 상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허모씨는 "하루 매출이 40만원 정도인데 어제(5일)는 먼지 때문에 15만원어치밖에 못 팔았다"며 "과일을 가게 안에 들여놓거나 밖에 두더라도 비닐로 덮어야 하기 때문에 전시 효과가 떨어져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서울의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되는 등 중부지방의 먼지는 가셨지만 올 겨우내 미세먼지에 따른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지와 추위는 연관성이 깊기 때문이다. 실제 10월만 해도 서울 지역에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넘는 날이 단 하루도 없었지만 11월 들어 7일이나 됐다. 이 가운데 6일이 11월15일 이후에 집중됐다. 12월 들어서는 엿새 가운데 나흘(2~5일)간 미세먼지 농도 100㎍/㎥를 넘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기환경 기준은 24시간 평균 100㎍/㎥ 이하다.

겨울철에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중국지방의 오염물질이 한반도로 날아오는데다 우리나라에서도 난방에 따른 대기오염이 심해진다. 또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가 안정돼 공기순환이 잘 안되고 안개가 자주 생기기 때문에 먼지와 수증기 방울이 달라붙어 오랫동안 공기 중에 머물면서 먼지 농도가 짙어진다. 유정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는 "외출할 때는 실시간 대기오염도 공개 홈페이지(www.airkorea.or.kr)에 나오는 대기 질 상태를 참고하며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에서의 먼지 배출을 규제하고 친환경 차 보급을 확대해 배기가스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오는 12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양국 정부의 대기오염 담당자끼리 만나 '대기 분야 정책 대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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