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일본이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버블 붕괴라는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가 오를 경우 채권 가격이 급락(채권수익률 상승)하면서 채권투매의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댈러스 소재 헤지펀드인 헤이먼어드바이저스의 카일 바스 매니저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일본 국채시장의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다.
바스는 일본은행이 새로운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5일 10년만기 일본 국채수익률이 장중 사상 최저치인 0.315%까지 떨어졌다가 두 배 가까운 0.534%까지 급등했다며 이를 "대규모 투매의 전조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으면서도 겉으로는 '걱정하지 말라'며 짐짓 태연한 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10년 만기 이상 국채의 장중 가격 변동성은 지난해 2.7%에서 올 들어 14.6%까지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헤이먼어드바이저스는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시장 붕괴에 베팅해 5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최근 3년간 일본 국채 값 폭락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역시 3월 2%를 돌파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산매입이 중단될 기미가 나타날 경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찾아 글로벌 자금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 같은 위험자산에까지 몰려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크본드 역시 금리상승시 손실이 불가피하며 경기둔화시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까지 존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엔화약세가 지속되자 달러자산 수요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 정크본드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크본드 발행금리도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투자적격 등급보다 두 단계 낮은 Ba2를 부여한 CNH캐피털은 6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채권을 3.625%로 발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올 들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채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정크본드 발행물량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10년 만기 이상 정크본드의 경우 연초 이후 8일까지 53억9,000만달러어치가 발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액의 5배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면 당했던 고수익ㆍ고위험의 중국 부동산개발사 채권에까지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1월 롱포프라퍼티스와 컨트리가든홀딩스가 각각 10년 만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초완화기조가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미국 FRB 산하 뉴욕연방준비은행은 9일 발표한 시장개입 정책분석 연례보고서에서 "FRB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시장 흐름에 심각한 충격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4일 "현재로서는 자산 버블 우려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완화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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