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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타운 현장을 가다] <1> 영등포·신길 뉴타운

영등포, 상가·건물주 반대 심해 구역지정 해제 기정사실화



서울시의 출구전략 발표 이후 신길뉴타운은 사업추진 속도에 따라 각 구역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길뉴타운 7구역 내 다세대 밀집지역. /박홍용기자

● 영등포뉴타운
26개 구역 중 조합 설립 고작 3곳… 상가 밀집지역은 지분 너무 쪼개…
자체 재개발도 힘들어 슬럼화 우려

● 신길뉴타운
7·11구역 이주 대부분 마쳐 '탄력'… 13구역은 소송 등으로 불안감 커져…
사업 추진속도 따라 기상도 엇갈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일부 지역은 서울시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이 순항하고 있지만 상당수 지역은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뉴타운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서울의 재개발 지분 가격이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서울시의 출구전략 발표 이후 흔들리는 주요 뉴타운 현장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영등포 일대는 상가가 빼곡하게 밀집해 있어 뉴타운도, 자체 재개발도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구역지정이 해제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죠."

14일 찾은 영등포뉴타운 예정지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영등포뉴타운은 서울 서남부권의 대표적인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지만 오랜 주택경기 침체에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개점휴업한 상태다. 주민들은 뉴타운 지정 해제를 기정사실화하며 거의 체념하는 분위기다. 인근 신길뉴타운은 구역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주민 간 갈등이 심한 곳은 지정 해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구역지정 해제 가능성 높아진 영등포뉴타운=영등포뉴타운은 지난 2003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사업 진척이 가장 늦은 곳에 속한다. 전체 26개 구역 가운데 관리처분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1-4구역 한 곳뿐이고 그나마 조합과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곳도 1-13구역과 1-11구역 등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23개 구역은 사실상 뉴타운 사업에서 손을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영등포뉴타운은 서울시 뉴타운 대책 발표 이후 구역해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영등포역 인근 H공인의 한 관계자는 "영등포뉴타운은 상가라는 특수성이 있어 지분관계가 복잡하다"면서 "영등포7가에 속하는 1-1구역부터 1-4구역까지는 주거지역이라 그나마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영등포2ㆍ5가 등 나머지 구역은 상가가 밀집해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변에 위치한 상가나 건물주들의 반대가 특히 심하다.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면 몇 년 간 임대료를 받지 못해 생계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역을 너무 잘게 쪼갠 것도 영등포뉴타운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K공인의 한 관계자는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되더라도 상가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체 재개발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뉴타운 사업이 불발돼 원룸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짓더라도 난개발이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구역별로 기상도 엇갈리는 신길뉴타운=구역지정 해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영등포뉴타운과 달리 신길뉴타운은 사업이 추진 속도에 따라 구역별 기상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사업 진척이 가장 빠른 7구역과 11구역은 지난달 6월부터 이주에 들어가 이미 95%가 이주를 마쳤다. 반면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2ㆍ15구역과 조합설립을 마친 1ㆍ9구역은 원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6구역의 경우 최근 추진위원장을 선출, 추진위 설립을 진행하고 있고 13구역은 지분등기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신길동 U공인의 한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은 원주민들이 뉴타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면서 "찬성 여론이 우세하지만 구역지정 해제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서울시 발표 이후 3.3㎡당 1,500만원가량 하던 신길뉴타운 내 단독주택 지분값이 1,200만~1,300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시세가 급락하고 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뉴타운은 인근 지역을 묶어 통합개발해야 의미가 있는데 주민의 반대로 재개발이 불발된 지역은 슬럼화돼 반쪽짜리 재개발이 되고 만다"면서 "뉴타운 지분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전체적인 하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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