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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석동과 플라시보 효과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말이 있다.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속여 환자에게 먹였더니 환자의 병이 나았다는 현상이다. 실제 약효보다 사람의 심리 상태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요즘 모습을 보면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전도사가 된 듯하다. 시장에선 "못 팔아서 안달이 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작 매각이 이번에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엇보다 정권 말이라는 민감한 시점이 부담스럽다. 노조는 벌써부터 정부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아침에 눈뜨면 들려오는 해외 소식에 따라 주가는 널뛰고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떨어진다.

김 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김 위원장이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외치는 이유를 자꾸 듣다 보면 당장이라도 팔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생각마저 품게 된다.



사실 김 위원장 설명을 듣다 보면 위기는 곧 기회로 해석된다. 정권 말이기 때문에 오히려 임기와 상관없이 소신 있게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상황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오히려 양호하다. 공적자금 조기 회수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금융지주도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어 매물로서 매력이 있다. 틀린 말이 없다.

그나마 걸림돌로 지적됐던 정치권도 여당에서나마 김 위원장에게 화답했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손해인 만큼 지금 파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이렇게 되니 실제 매각을 진행하는 예금보험공사도 "전혀 안될 것 같던 일이 조금은 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남은 건 '깊이와 폭이 달라진' 금융시장과 산업의 몫이다. 특정 인수기업을 언급하는 것도, 인수 형태를 그리는 것도 시장에 맡길 일이다. 말이 말을 낳고 지원은 특혜라는 오해를 산다. 팔리면 좋고, 안 팔리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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