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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수직증축 허용법안이 4월부터 시행되지만 정작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후속잡업이 미뤄지면서 실제 사업 추진은 내년 이후에야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기본계획 수립이 뒷따라야 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성과에만 집착한 정부의 조급증이 시장의 혼선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와 일선 지자체 및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는 세대수 증가 및 수직증축 허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당장 4월부터 시행되지만 서울시의 경우 아직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발주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에야 통과됐음에도 국토부는 6월말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예산 확보 및 계획수립 용역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상반기 중 계획 수립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는 다만 사업 지연에 따른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예비비를 배정해 가능하면 내년 초까지 절차를 마치기 위해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리모델링 기본계획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 정비계획의 기준을 제시하는 법정계획으로,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법정계획이다. 지자체의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도록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에 따른 기반시설 등의 영향을 검토해 도로·학교·공원 등 각 지역에 필요한 공공시설을 결정하는 절차다. 또 리모델링에 따른 이주수요를 감안한 단계별 리모델링 시행방안과 건축물의 형태·높이 등의 기준도 제시된다.
문제는 법안이 지난해 말에야 통과가 되면서 각 지자체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올해 예산을 배정했던 성남시의 경우에도 지난 25일에야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그나마 서울시나 성남시의 경우 사정이 나은 편이다. 조합 설립 단계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3곳이나 있는 수원시를 비롯해 분당과 상황이 비슷한 일산·평촌신도시 등이 포함된 고양·안양는 기본계획 수립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측은 개정 법에는 기본계획 수립과 상관없이 사업승인 이전 단계까지는 추진이 가능한 만큼 지자체의 기본계획 수립이 지연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태오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법안 통과 시기가 연말이었다 보니 지자체들이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이때문에 계획 수립 이전이라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정비업계는 기본계획 없이는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주택법이 적용되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조합설립-안전진단-도시계획 및 건축심의-사업승인-이주 및 착공'의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 안전진단까지는 기본계획 없이도 가능한 절차지만 이후에는 기본계획에 따라 사업계획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A정비업체 관계자는 "기본계획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대상도 보지 않고 정물화를 그리라는 것"이라며 "조합의 사업계획이 기본계획과 크게 어긋날 경우 계획 수정에 따른 이삼중의 비용 부담은 물론 사업 지연 등의 부작용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장 상황이나 지자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법을 바꿨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규제완화는 되레 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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