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증도<br>태평염전에선 최고의 천일염 생산··· 자전거·갯벌 등 '느림의 행복'이 가득한 섬
| 국내 단일 염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에서 아침 일찍 인부들이 대파질(소금을 긁어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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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녘 증도의 명물 짱뚱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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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亞 최초 'Slow City' 증도를 아세요?
전남 신안군 증도태평염전에선 최고의 천일염 생산··· 자전거·갯벌 등 '느림의 행복'이 가득한 섬
글ㆍ사진=정민정기자 jminj@sed.co.kr
국내 단일 염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에서 아침 일찍 인부들이 대파질(소금을 긁어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해질녘 증도의 명물 짱뚱어다리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린 어린 소녀를 소재로 한 모 방송사의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예부터 섬 전체가 물이 귀하다 하여 시리(시루)섬이라 불리다가 현재의 증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이는 곳곳에 제방이 축조되면서 여러 섬이 합쳐졌다는 의미로 증도(여러 섬이 더해진 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사옥도 지신개 선착장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고 증도로 들어서자 ‘증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천사의 섬’이라 일컬어지는 신안군내 1,004개의 섬 가운데 증도면은 99개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증도와 화도 등 6개다.
1975년 신안 해저 유물선 발굴지로 ‘보물섬’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증도는 지난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슬로 시티(slow city)’로 선정되면서 ‘느림의 미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명소로도 입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또, 350여대의 자전거가 섬 곳곳에 비치돼 있어 자전거를 타고 섬을 여행하는 이색 재미를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자전거 섬’이라고도 한다.
■소금이 펼쳐진 태평염전
생명이 시작되는 곳 바다, 그 곳에 소금이 있다. 증도 버지 선착장에서 1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태평염전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한국전쟁 이후 정부의 피난민 구제와 국내 소금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조성된 태평염전은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의 갯벌을 막아 만들었다.
전체 크기가 약 140만평으로 여의도 면적(70만평)의 2배에 이르며 국내 소금 생산의 5%를 차지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소금과 일본산 정제염(기계로 생산한 소금)에 밀려 대부분의 염전들이 설 곳을 잃었지만 이 곳 태평염전은 천혜의 자연 조건 덕택에 국산 천일염으로서의 명성을 지켜오고 있다. 광활한 들판에 수십개의 소금밭과 소금창고가 3㎞에 걸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새벽녘이나 해질녘에 특히 장관을 이룬다.
염전은 크게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구성된다. 저수지는 바닷물을 저장하는 공간이며 증발지는 태양열과 바람을 이용해 염도를 높이는 곳이다. 결정지는 증발지에서 염도를 높인 해수를 소금 결정체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소금 결정체를 소금 창고에 쌓아 놓고 6개월~1년에 걸쳐 간수를 빼야 소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몇 년 전부터는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염전을 떠나면서 전성기 때 450여명에 달했던 이 곳 인부들이 지금은 150여명에 그치고 있다. 20년이 넘게 태평염전에서 일을 해 온 정구술 과장은 “소금은 땀과 바람, 태양이 만들어낸 결정체”라면서 “1년 중 염전을 가동하는 기간은 6개월 정도인데 이중에는 궂은 날도 많아 천일염을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 날은 연중 80여 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태평염전에서는 다양한 염전 체험이 가능하다. 결정판에 들어가 소금을 긁어 모으는 대파질을 해 볼 수 있고, 물레방아 처럼 생긴 수차를 이용해 소금물을 퍼 올리는 체험도 가능하다. 염전 체험은 이틀전까지 태평염전 공식 홈페이지 ‘섬들채(www.sumdleche.com)’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061) 275-0829
■소금의 역사를 한 눈에 ‘소금 박물관’
태평염전이 시작되는 입구에는 소금 박물관이 있다. 이전에는 석조 소금창고로 사용됐지만 지난 2007년 박물관 용도로 리모델링하고 난 이후에는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곳에는 별의별 소금에 관한 상식과 역사가 모두 망라돼 있다. 고구려 주몽이 티베트 소금 산으로 소금을 구하러 갔다는 일화와 함께 을불(고구려 15대 미천왕)이 최초의 소금 장수였다는 얘기는 흥미롭다.
소금의 쓰임새도 다양해서 조선 시대 로케트 화살포였던 신기전의 폭약을 제조할 때 쓰였으며 도자기 광택을 내는 유약이나 해인사 장경각의 지반을 조성할 때도 사용됐다고 한다. 멀리 로마 시대로 건너가면 봉급을 뜻하는 ‘Salary’가 소금으로 지급되던 급료를 의미하는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도 소금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다.
■보물섬의 신비
버지 선착장 반대편으로 가면 송ㆍ원대 해저유물 발굴 해역이 나온다. 지난 1975년 증도면 방축리에서 서북 방향으로 2,750m 떨어진 곳에서 한 어부가 그물에 걸려 나온 청자 도자기를 발견해 신고한 것이 그 시발점이 됐는데, 그 도자기가 중국 원나라 시대 보물로 밝혀지면서 9년 동안 총 11차례에 걸쳐 유물 발굴이 진행됐다.
발굴된 유물은 도자기 2만 661점, 금속 제품 729점, 석제품 43점 등 총 2만8,000여점. 당시 유물 발굴을 계기로 13~14세기 중국 남송과 원대 도자기에 대한 연구가 다시 본격화됐으며 증도는 ‘보물섬’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짱뚱어 다리와 우전 해수욕장
증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가 있다면 바로 갯벌 체험.
갯벌 체험이 가능한 대표적인 곳이 바로 짱뚱어 다리다. 갯벌에 서식하는 짱뚱어라는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60만평의 갯벌 위에 나무 상판을 놓아 만들어진 길이 470m의 짱뚱어 다리는 증도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명물이다. 만조시 다리를 건너는 기분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고, 썰물 때는 갯벌에서 뛰노는 짱뚱어와 게, 갖가지 조개와 불가사리를 볼 수 있다. 또 환상적인 일몰과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짱뚱어 다리 좌측에 자리 잡고 있는 우전 해수욕장은 끝없이 펼쳐진 은빛 모래사장이 일품이다. 소나무 숲이 울창해서 야영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으며 슬로 시티의 명성에 걸맞게 걷기 체험에도 부족함이 없다.
■여행 메모
◇가는길= ▦철도편: 용산역~목포역 KTX(하루 7회 왕복), 새마을호(하루 2회 왕복), 무궁화호(하루 6회 왕복), 1544-7788(www.korail.go.kr)
열차를 내려 목포시외버스터미널(061-276-0221)에서 지도 터미널까지 1~2시간 간격 버스 운행, 지도 터미널에서 지신개 선착장까지는 하루 4회 운행, 철부선 이용(하루 11회, 주말 30회 왕복, 10~15분 소요), 버지 선착장 도착
▦승용차: 서울~서해안고속도로~북무안IC~현경 교차로~해제-지도 방면~지도읍~지신개 선착장~증도 버지 선착장, 지신개 선착장에서 사람과 차를 증도로 건네 주는 철부선(페리호) 이용. 1인 3,000원(왕복), 차는 소형 1만5,000원(왕복 기준, 운전자 1인 포함), 중-대형-SUV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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