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복지예산은 대폭 줄인 반면 자치구의 선심성 예산은 1,569억원이나 늘려 비난이 일고 있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시의회에서 최종 통과한 '2014년도 서울시 수정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는 은평 새길 조성 사업 등 157건의 추진을 위해 총 1,569억원을 증액했다. 이들 사업은 서울시가 지난 11월 발표한 예산안에는 없었던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에 필요한 사업에 대한 요구가 있어 이를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 들어간 사업을 따져보면 공원조성이나 골목 가꾸기, 동네 축제 지원 등이 대부분이다. 한눈에 봐도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시의원이나 구청장들이 지역 민심을 챙기려고 갖가지 경로를 통해 막판에 밀어넣은 이른바 '쪽지예산'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원사업이 늘어난 서울시 주요 부서는 도시안전실과 푸른도시국, 도시교통본부, 문화관광디자인본부 등이다. 도로건설이나 정비를 맡고 있는 도시안전실은 60개 사업에 782억원이, 공원조성과 정비를 맡고 있는 푸른도시국은 23개 사업에 255억원이 추가돼 1·2위를 다퉜다.
도로건설이나 정비, 공원조성 등은 땅만 파도 눈에 띄는 사업이다 보니 선거를 앞둔 단체장들이 치적을 홍보하기 쉬워 누구나 탐내는 예산으로 꼽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로나 공원조성 사업 등은 터파기만으로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업완료와 상관없이 예산만 책정되면 단체장들이 치적홍보에 활용하기 좋아 선호하는 예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교통업무를 맡고 있는 도시교통본부는 7개 사업에 128억원을, 관광콘텐츠 개발을 맡고 있는 문화관광디자인본부는 28개 사업에 77억원을 각각 증액했다.
이들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쉬워 치적홍보 예산으로 그칠 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일부는 검토용역비 예산만 책정된 것도 허다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이렇게 막판에 갑자기 튀어나온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려다 보니 쉽게 손댈 수 있는 예산부터 감액되기 일쑤다. 서울시는 의료급여(800억원)나 생계급여(93억원)·노령연금(90억원) 등 1,000억원 가까운 복지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예산의 특징으로 복지예산을 대폭 늘려 전체 예산의 30%가량 늘렸다고 홍보했는데 결국에는 복지예산을 대폭 줄인 결과를 낳게 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료급여는 엄격한 심사절차 없이 지급되다 보니 상당 부분이 누수현장을 나타낸다고 지적돼 감액이 불가피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이 사실과 틀리지는 않더라도 자치구 선심성 예산을 끼워넣기 위해 복지예산을 희생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회는 박 시장이 애초 제출한 안보다 908억원 줄어든 24조4,133억원을 내년 예산으로 최근 확정됐다. 그러나 157개에 이르는 자치구 선심성 예산을 막판에 끼워 넣으면서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157개에 달하는 사업에 예산을 쪼개 지원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 티가 나지 않는 등 세금을 그냥 거리에 버리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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