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떤 인물이든 시도지사 후보가 내놓는 공약은 정책 비전을 제시하되 최대한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시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은 서울 용산 재개발,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을 공약으로 내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각지대 없는 따뜻한 복지체계와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세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 기업을 육성한다는 공약은 대통령도 이루기 힘든 과제다. 부산에서는 500대 기업의 신규 채용 직원이 연간 2,000~4,000명 수준인데 양질의 일자리를 매년 5만~10만개나 만들겠다는 공약들이 난무한다. 글로벌 기업 유치, 유라시아 철도 건설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겠다는 것인데 구체성도 현실성도 떨어진다. 조 단위의 재원이 드는 대형 사업 공약은 공수표가 되기 십상이다.
대권을 꿈꾸든, 그렇지 않든 시도지사 후보라면 허황한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무리수를 둔 공약, 꼼꼼한 검토가 동반되지 않은 공약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져 지방재정을 거덜 내기 십상이다. 시도지사들의 임기 중 공약이행률이 대부분 50%를 밑도는 불편한 현실이 계속돼선 안 된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시도지사 출마가 잇따르는 것도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후보로 확정되면 보궐선거로 이어져 국민의 혈세가 이중으로 지출된다. 시도지사가 대선으로 가는 디딤돌로 전락해선 곤란하다. 진정성을 담은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게 후보들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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