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16일(현지시간) IMF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일본은행(BOJ), 영국 중앙은행(BOE) 등의 양적완화 정책을 분석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경험과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까지는 미국과 일본에서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효과가 비용을 초과하고 있지만 초저금리 장기화로 인플레이션ㆍ자산버블 등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양적완화를 축소할 경우 금리가 오르면서 각 중앙은행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일본은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 BOE는 6%, 연준은 4%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손실은 정치권의 압력 등을 불러 일으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IMF는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손실은 장부상의 손실로 정치적 효과를 제외한다면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IMF는 내다봤다.
IMF는 이와 함께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을 실행할 경우 장기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통제불능 상태가 올 수 있으며 금융안정과 투자가 흔들리면서 경기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세 차례의 양적완화로 3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매입했고 BOE 역시 5,75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또 일본은행은 2년 내 2%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을 위해 장기국채 보유규모를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90조엔으로 늘리는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있다.
한편 국제 금융계에서 양적완화 논란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이미 카루아나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이날 런던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양적완화를 조기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IS는 중앙은행들에 자문하는 기관이다. 그는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기대와 실제 역할 간의 갭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중앙은행의 신뢰를 훼손하고 정책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미국경제 상황은 연준이 자산매입을 줄여야 할 만큼 충분히 개선됐다"며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도 연준이 올 여름쯤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 뒤 연말께 완전히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새러 블룸스킨 연준 이사는 미국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임에도 소득불평등이 존재하고 자역ㆍ산업별로 회복세가 고르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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