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년 작가이자 배우였던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소재 소액청구 재판소에 계류중인 소송관련 서류에 자취를 남겼다. '벨롯 대 마운트조이(Belott v Mountjoy)'로 남아있는 이 사건에 셰익스피어의 사인이 발견된 것이다. 사건은 결혼 지참금을 지불하지 않은 장인을 사위가 고소해 생긴 가족간의 치졸한 싸움이었다. 셰익스피어가 사건의 증인으로 불려나가게 된 것은 당시 그가 마운트조이의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인 찰스 윌리엄 윌리스가 1909년 런던 소재 공문서 보관소에서 셰익스피어의 진술서를 발견했으나 100여년간 무시된 채 먼지만 쌓였다. 당시 셰익스피어의 진술서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은 문학탐정이자 전기 전문작가인 찰스 니콜. 그는 고문서 더미에서 찾아낸 진술서 한 장을 토대로 작가이자 배우였으며 극단을 운영했던 셰익스피어의 인간적 모습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책은 당시의 법정 진술서를 토대로 40대 중반에 들어선 셰익스피어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또 다양한 문서를 통해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런던의 시대상과 연극계의 풍조 등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마운튼조이 가족의 결혼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소송에 휘말린 중년의 셰익스피어가 겪었던 경험이 '오셀로' '리어왕' '한여름밤의 꿈' 등에 어떻게 반영이 됐는지가 퍼즐조각 처럼 형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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