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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사랑한 漢詩

■ 시가 내게로 왔다 5 (김용택 지음, 마음산책 펴냄)


'가을이라 긴 호수엔 비취옥이 흐르는데/ 연꽃 깊숙한 데 난주(蘭舟) 매어두고/ 물 건너 임을 만나 연밥을 던지다가/ 남의 눈에 그만 띄니 반나절이나 무안해라'(연밥을 던지다가, 허난설헌) 연애편지 띄워놓고 반나절을 무안해 했다는 조선 여인의 시는 지금 읽어도 그 설렘이 전해진다. "좋은 시는 읽을 때마다 새롭고 맛이 난다"며 "옛 한시를 보면 오랜 세월 만고풍상을 겪으면서도 품위와 권위를 잃지 않은 봄꽃 나무 가지들 같다"고 말하는 김용택 시인이 언제 읽어도 새로운 한시 77편을 엮었다. 근ㆍ현대 시 100편을 소개한 '시가 내게로 왔다'1ㆍ2권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시인의 시를 담은 3권, 잃어버린 동심을 일깨우는 시를 담은 4권에 이어 한시를 담은 이번 시리즈를 완간한 것이다. 책은 이규보ㆍ정약용ㆍ도연명 등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들부터 황진이ㆍ허난설헌 등 여성 시인들까지 김용택 시인이 인상 깊게 읽어 사람들과 나눠 읽고 싶어하는 옛 한시들이 담겼다. '문학은 병'이라고 말하는 이규보의 '시벽(詩癖)'처럼 인생에 대해 논하는 시부터 보릿고개 시절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살구가 열리면 따먹자고 하는 이양연의 '아막제(兒莫啼)' 등 현실의 아픔을 노래한 시들이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전한다. 또 무엇보다 영원한 시의 화두인 '사랑'은 '내일 아침 우리 서로 이별한 후에는/ 그대 그리는 정은 푸른 물결처럼 끝이 없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황진이의 시를 듣고 "내가 여색에 매혹되면 남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소세양이 "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황진이의 곁에 머물렀다는 김용택 시인의 설명을 통해 더욱 돋보인다.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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