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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디자인업계, 먼저 바뀌어야

얼마 전 지인인 A씨는 작은 디자인전문회사를 다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대학교수직 도전을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는 국내외에서 화려한 수상 실적을 갖출 정도로 촉망 받는 시각디자이너였다. 하지만 그는 남들에게 밝히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의 연봉을 받아야 했다.

그는 "더욱 고통스러웠던 것은 늘 남의 주문을 받고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작업 그 자체였다"며 제대로 된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디자인업계에서는 A씨처럼 예술 지상주의의 디자이너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최근 디자인전문기업들이 불공정거래 기승과 대기업의 영역침범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A씨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와 대기업으로부터 파생된 문제를 바로잡기 앞서 디자인업계 스스로 디자인을 예술이 아닌 산업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디자이너의 처우를 개선하는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상당수 디자인 관계자들은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수들부터 예술적 관점에서 벗어나 산업적인 시각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교수들이 앞장서서 제대로 된 산업 여건 조성을 주도하고 대학에서도 현실에 맞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디자인업계의 결속력 부족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가 지난 2006년에 도입됐음에도 디자인업계는 지난해까지 신청조차 한 적이 없다. 2010년 결성된 한국디자인협동조합의 경우도 3,000개가 넘는 전체 기업 가운데 회원사가 아직도 40여개에 불과하다.



각자 생존하기조차 바쁘다는 게 이유지만 크게 단합하지 못하면 공멸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한 전문디자인회사 대표는 "디자인업계는 회의를 위해 10명이 모이면 자기 개성이 강해 10명 모두 자기 얘기만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디자인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선진국형 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다. 그러나 디자인업계 스스로 인식을 전환하고 합심하지 못한다면 디자인산업은 한치 앞도 나아갈 수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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