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79일 만인 지난 15일 마지막 캠프가 철거되면서 막을 내렸다. 이 시위의 배경에는 30년 전인 지난 1984년 체결된 '홍콩반환협정'이 있다. 홍콩은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가 1842년 8월 맺은 난징조약에 따라 영국에 할양됐고 이어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홍콩섬을 마주보는 주룽반도도 추가 할양됐다. 치욕을 겪었던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키운 1980년대 초에 이르러 영국과 본격적으로 '홍콩 반환'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 측 상대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수상이었고 중국에는 덩샤오핑이 있었다. 그때까지 이룬 경제적 번영으로 중국에 적지않은 반사이익을 주는 홍콩을 '황금알을 낳는 암탉'에 빗대 쉽게 중국에 흡수되지 못할 것이라는 서방세계의 관측에 맞서 덩샤오핑은 '일국양제'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원래 대만을 염두에 뒀던 '일국양제'는 한 나라에 두 개의 체제를 둔다는 뜻으로, 반환된 홍콩과 중국이 단일한 정부를 갖지만 홍콩을 '특별행정구역'으로 삼아 본토와 다른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체제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1984년 12월 대처가 베이징을 방문해 '홍콩 문제에 관한 중국-영국 합동선언'을 이뤘고 이것이 1997년 7월 1일자로 홍콩을 중국에 되돌려준다는 '홍콩반환협정'이었다. 물론 여기에 '홍콩의 정부는 현지인으로 구성되며, 행정장관은 선거로 뽑아' 임명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인류의 발전이 치열한 전쟁사와 궤를 같이 한다는 견해가 있다면 이 책은 반대로 타협과 약속으로 해결된 '조약'의 역사를 통해 인류사를 되짚는다. 전쟁과 조약은 종이의 앞 뒷장처럼 밀접한데, 정치학 박사이자 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꾼 64개의 조약을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조약이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결과로 체결된 '평화조약'인 경우도 있지만 불평등조약이나 강압에 의한 조약, 동의없이 체결되고 이행된 조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이라 볼 수 있는 기원전 1274년경 체결된 '히타이트-이집트 조약' 등 고대의 조약을 비롯해 종교전쟁 시대를 끝내고 근대 주권국가의 탄생을 알린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전쟁 중 부상자와 환자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약속하며 국제 인권 조약의 서막을 연 1864년 '제네바 협약' 등이 배경설명과 함께 흥미롭게 펼쳐진다. 전후 세계경제 질서의 근간을 세운 '브레턴우즈 협정', 환경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한 '리우환경협약' 등 현대세계를 형성하는 조약도 함께 다뤘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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