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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쇼핑도 아는 것이 힘


한파가 기승을 부린 올 스노보드ㆍ스키용품 업계는 물 만난 고기처럼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의 표정이 어둡다. 원인은 병행수입업체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스노보드ㆍ스키용품 전문 브랜드로 알려진 '버튼'의 정식 수입계약을 맺고 사업에 나선 LG패션은 지난해 12월까지 관련 매출이 당초 계획의 70%에도 못 미쳐 울상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퀵실버' '록시' '디씨(DC)'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퀵실버코리아 관계자는 "정식 수입업체들이 브랜드 마케팅에 비용을 투자해 얻은 성과에 병행수입업체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후관리(A/S) 부실, 유사 브랜드 제품 난립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수입품의 독점적 지위를 막아 수입물가를 안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병행수입제도가 오히려 정식수입업체들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독점 수입업체들이 수입물품에 붙인 과도한 마진이 자주 문제가 되는 만큼 병행수입 제도 자체는 충분히 찬성한다. 하지만 싼 가격만을 내세워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병행수입업자들이 많은 것이 문제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병행수입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제작됐는지, 정품인지 아닌지, 효능과 효과가 실제로 있는지 등을 의심하는 네티즌들의 수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그만큼 병행수입제품의 피해가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관세청에서는 병행수입품이 적법한 통관절차를 거친 제품임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부착하는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실시하는 등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은 병행수입제도의 빈틈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병행수입제품이 안전성과 연관된 경우라면 상황이 심각하다. 스키용품을 예로 들더라도 정식 수입업체가 고글ㆍ보드 등의 장비를 수입하는 경우 통관시 안전성 검사를 필수적으로 거치게 돼 있는 반면 병행수입사업자가 소량으로 수입하는 경우에는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무조건 가격과 브랜드만 보고 달려들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안전장치들을 충분히 검증해야 된다는 얘기다. 좋은 기업도 좋은 제품도 결국 소비자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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