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상승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다. 강남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면서 대책의 ‘약발’이 벌써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일반 아파트 가격까지 자극할 경우 약효가 두세달에 그친 지난 2003년 10ㆍ29대책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규제완화 움직임이 오름세 부추겨=정부의 규제로 매수세가 사라진 재건축 시장의 집값은 8ㆍ31 이전과 비교해 지난 10월 초 10~20%,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30%까지 떨어졌다. 강남 재건축 시장이 우선적으로 8ㆍ31대책의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재건축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낙폭과대에 따라 급매물이 소진되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8ㆍ31 관련법의 강도가 약화될 조짐을 보이자 재건축 시장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서울시 의회 등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줄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매물을 회수하고 호가가 점차 오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B공인 관계자는 “10월 초 서울시 재건축 예정구역 주민공람이 실시되면서 주민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쳐 호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서울 2종 일반주거지역의 재건축 단지 가운데 최초로 강동구 고덕동 주공1단지가 최고 20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번 발표로 벌써 평형별로 5,000만원씩 가격이 올랐다. 22일 정부와 여당이 기반시설부담금을 당초 계획보다 축소하기로 한 것도 재건축 단지 시세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8ㆍ31 대책 때 재건축을 통해 얻어지는 모든 평수에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가 다시 증축되는 연면적에만 부담금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 현지 중개업자들에 의하면 발표 이후 며칠 만에 호가가 1,000만~2,000만원씩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에 대한 수요도 가격상승 요인=강남권에 대한 꾸준한 수요도 가격상승의 원인이다. 내년부터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로 영향을 받게 될 다주택자들의 경우 강북이나 수도권의 집을 팔더라도 강남의 집은 계속 보유하려는 성향이 높다. 정부의 강력한 ‘강남 집값 잡기’ 의지에도 교육ㆍ주거환경 등의 이점에다 투자가치까지 있는 강남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거주자는 물론이고 강남 입성을 꿈꾸는 사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강남지역 주택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강남 수요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강남구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재건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강남 재건축 시세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가격상승은 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호가상승이라는 지적도 많다. 실제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확정된 고덕동 주공1단지나 상업지역 용도변경과 제2롯데월드 건설 추진 등으로 호가가 상승한 잠실 주공5단지는 호가만 상승하고 거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잠실 주공5단지 인근의 K공인 관계자는 “8ㆍ31 대책 이후 급매물 몇 건의 거래만 있었을 뿐 호가가 상승한 최근에는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8ㆍ31 대책 관련 법안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에 2차 집값 하락 가능성도 있어 지금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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