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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투에 져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과 동시에 내홍에 휩싸였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합의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안 공동대표가 지난 25일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무공천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현실론'을 내세운 당내 일부 인사들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을 받지 못한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들이 '기호 1번'을 달고 출마하는 여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무공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분과 실제의 갈등이다. 명분상으로는 무공천을 실천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선거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별다른 사과 없이 무공천 대선공약을 파기했다.

그러나 무공천 공약을 지금 와서 철회한다면 어떤 이득을 얻을까.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최대 연결고리는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공천 결정이 뒤집히게 되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한 일이 된다. 통합과 동시에 내전에 휘말리게 되는 셈이다. 당내 분열은 곧 6·4지방선거 패배를 의미한다.



그뿐만 아니라 약속과 신뢰를 저버리는 정당이라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7월 전(全)당원 투표를 통해 무공천 방침을 당론으로 의결한 후 줄곧 "대선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철회한 새누리당과 달리 약속을 지키겠다는 명분론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원칙을 저버린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가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한다고 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로부터 '공약파기 정당'으로 낙인 찍히게 되면 그 추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 실리와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되는 셈이다.

중국 한(漢)나라의 시조인 유방은 초(楚)나라의 왕인 항우와의 '전투'에서 수없이 패배했지만 결국 '전쟁'에서 승리해 대륙을 통일하는 데 성공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있어 이번 기초선거가 전투라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은 전쟁에 해당한다. 전투에서 '대패'를 모면하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것인지, 아니면 전쟁 승리를 위해 신뢰 회복에 주력할 것인지 결단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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