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김모(77)씨는 부인과 사별한 후 6년째 혼자 살고 있다. 자식들은 지방에서 자리를 잡은 탓에 명절 때만 1년에 겨우 한두 번 얼굴을 볼 뿐이다. 외향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에 변변한 친구도 없다 보니 혼자 지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김씨는 최근 들어 조금씩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며칠 전 장을 봐온 먹거리를 어디에 뒀는지, 늘 가던 장소의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깜박하기 일쑤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초기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처럼 외로움에 시달리는 독거노인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치매 환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1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 환자는 2006년 9만3,731명에서 2011년 28만8,987명으로 5년 동안 무려 208.3%가 증가했다. 이는 65세 미만의 환자 증가율(98.9%)의 2배가 넘는 것이다. 이처럼 치매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치매 환자 진료비는 2006년 2,051억원에서 2011년 9,994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연령별 진료인원 증가폭은 90세 이상에서 가장 컸다. 2006년 대비 지난해 90세 이상 진료환자 수는 385%나 늘었고 진료비 지출 역시 744%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성별 진료 인원은 남성의 경우 75~79세(2만1,080명), 여성은 80~84세(5만3,864명)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노인 치매 환자가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외로움·가난 등으로 고통 받는 혼자 사는 노인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정한 소득이 없어 건강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다 심리적 외로움까지 겹치면서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매예방센터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 속에 혼자 사는 노인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화상대가 없어 뇌에 대한 자극이 줄어들다 보니 치매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며 "혼자 사는 노인도 책이나 신문 등을 곁에 두고 두뇌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54만명에 불과했던 독거노인 수는 2012년 119만명으로 1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노인장기요양보호법(2008년)과 치매관리법(2010년) 등을 만들어 60세 이상의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 사업'과 '치매 치료관리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홀로 사는 치매 노인 관리에 구멍이 많이 뚫려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방문 간호사가 취약계층 질환 노인 환자를 직접 찾아가 정부 지원 치료비를 신청하도록 돕고 있지만 혼자 사는 저소득 치매 노인들은 이 같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실제로 감사원이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치매약을 처방 받지 않은 60세 이상 독거 치매 노인 1만9,350명 가운데 무작위로 38명을 표본 조사해 본 결과 34명이 치매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았다. 또 30명은 치료비를 신청한 경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방문 간호사가 독거 치매 노인의 투약을 관리하고 치료비를 대리 신청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방문 건강관리사업에 대한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부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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