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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요양원으로 부모님 면회가요”

복지시설 노인 급증에 명절 풍속도 변화<br>노인들이 자식들 집으로 1~3일 외박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중반 최모씨는 며칠 전 고향인 대전 인근에 있는 노인요양병원에 다녀왔다. 설을 앞두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를 찾아뵙기 위해서다. 당뇨 합병증 등에 노화까지 겹쳐 콩팥 등 각종 장기의 상태도 좋지 않아 누워만 계신데다 간혹 혼수상태에 빠져 설이라고 집에 모실 상황도 못 된다. 노인요양시설인 서울의 S노인전문요양센터에 입소한 240여명의 노인 가운데 70여명은 설날인 오는 26일을 전후해 1~3일간 외박을 나간다. 배우자ㆍ자녀 등 보호자가 모셔갔다가 대부분 설날이나 다음날 다시 센터로 모셔온다. 입소 노인의 70%가량이 치매이며 나머지는 중풍을 앓고 있는데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 배우자ㆍ자녀도 알아보지 못하는 노인, 돌출행동을 하는 노인이 적잖기 때문이다. 외박을 나가지 않은 노인들도 대부분 가족들이 면회를 온다. 급속한 인구 노령화와 지난해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설날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다. 설ㆍ추석 등 명절이 돼야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입원ㆍ입소 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상태가 좋지않은 노인들은 이마저도 어려워 가족들이 차례 등을 지낸 뒤 병원ㆍ시설로 면회를 가는 게 일상화되고 있다. 명절이 되면 요양병원ㆍ시설이 가족ㆍ친척들로 북적이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반면 병원에 입원한 경우가 아니면 아프거나 중증 치매에 걸렸어도 집에서 가족 등이 온갖 고생을 해가며 수발하던 일은 점차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서울의 D노인전문요양센터의 한 관계자는 “설 연휴를 앞둔 오늘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에게 직원들이 세배도 드리고 떡국잔치, 직원 공연, 윷놀이도 했다”며 “아직까지는 부모나 배우자를 시설에 모신 다른 배우자나 자녀 대부분이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거나 알리지 않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노인요양시설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 노원지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1~2등급 판정을 받은 부모님을 입소시킬 시설을 알아보던 자녀들 중에는 설 연휴 이후로 입소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분위기를 전한 뒤 “앞으로 명절이나 명절과 가까운 주말이 되면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을 찾는 자녀나 친척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노인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은 6만700여명. 이 중 지난해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전부터 시설에서 생활해온 4만500여명을 빼면 6개월 만에 2만여명이 늘어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입소비용을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뺀 ‘일반(유료) 이용자’도 약 3만3,100명으로 같은 기간 1만8,400명가량 늘어났다. 향후 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이 있는 1~3등급 판정자도 17만5,000여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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