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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실물경제 위협하는 그림자 금융… 금융개혁 고삐 죄는 리커창

고수익 미끼 자금블랙홀 단기금리 급등 원인<br>민영은행 리스사 설립 등 은행에 구조조정 칼 겨눠


21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경제세션에 눈길을 끄는 칼럼이 게재됐다. 지난 5월 중국 최대 온라인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은 마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CEO에서 물류업체 창업자로 변신한 마윈의 글이 인민일보에 실렸다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마윈이 쓴 글의 내용도 의외였다.

마윈은 인민일보에 '금융업계는 방해자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재했다. 물론 자신의 전공인 인터넷에서 금융업이 확대돼야 한다는 제언이기도 하지만 글의 내용은 금융 산업의 개혁과 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윈은 독점적인 은행을 견제할 수 있는 건실한 견제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윈의 글은 짜맞춘 듯 최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금융개혁 추진의지와 맥락을 같이 했다. 리 총리는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며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보다는 금융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그림자금융 실물경제 위협=리 총리가 금융개혁에 고삐를 바짝 죄는 것은 중국 단기금리 급등의 원인 중 하나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이기 때문이다. 은행거래에서 재미를 못 본 투자자들이 그림자금융으로 몰리며 은행 저축이 빠져나가 단기 유동성 부족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009년 이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계속 돈을 풀었지만 정작 돈은 은행이 아닌 고수익 미끼를 매단 그림자 금융에 모두 낚인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의 최근 은행들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단기금리 급등은 그림자금융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림자 금융이 단기자금을 융통해 장기 투자처에 투자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만기불일치 위험에 노출돼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시중 유동성 부족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그림자 금융이 중국 경제성장 둔화, 미국의 출구전략 등 내우외환이 겹칠 경우 조달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의 몰락은 중국 은행에도 직격탄이다. FT는 대부분의 2군급 중국은행들이 그림자 금융이 취급하는 자산운용상품에 관여를 하고 있어 그림자 금융이 디폴트 될 경우 보상책임을 면할 수 없고 소형은행들은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자본 은행참여 구체화=리 총리는 지금까지 금융개혁을 말하며 금리자율화, 위안화 완전태환 방안 등 거시적인 방향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직접 은행의 구조조정에 칼을 겨눴다. 리 총리는 지난 19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금융시장의 자금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금융시장을 구축하고 중소기업이 자금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주간지인 차이징은 리 총리의 이 같은 말을 민간자본의 금융업 진출 확대로 해석했다. 바수쑹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부소장도 "지금 중국은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에서도 구조조정의 단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민간자본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 구조조정을 확대하고 자본시장의 자금조달 방법을 대출에서 채권, 자산유동화증권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구조조정은 은행으로=방만한 중국 은행들의 구조조정은 메기를 넣어 미꾸라지의 체력을 튼튼하게 하는 것처럼 소형ㆍ지방 은행 설립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국무원은 민간자본이 자기위험을 부담하는 민영은행과 금융리스회사, 소비자금융회사 등을 설립해 은행 구조조정을 촉진할 방침이다. 리 총리는 지난해 저장성 원저우의 금융개혁 시범지역의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지역금융개혁을 우선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저장성 원저우는 그림자금융의 횡포로 중소기업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 사형을 당할 처지에 놓이며 금융개혁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원저우시에서는 민간자본이 투자회사를 설립해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해줘 사채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마을 단위의 은행이 설립해 민간대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감독기관의 감독으로 과거 그림자금융의 사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돈이 많은 사람의 투자처도 확대해줬다. 원저우 주민들은 1인당 한도를 정해놓고 자유롭게 해외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는 특혜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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