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수년 전부터 확산된 G2G가 신흥국들의 발전으로 선진국의 정책 노하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G2)도 G2G를 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미 연방항공청(FAA)에 항공기 운항 시스템을 외주했다. 중국은 새로운 항공운항 규율집 발간과 중국 파일럿들의 교육을 요청했으며 약 6년이 지난 현재도 FAA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사무소를 두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동유럽에 위치한 몰도바는 프랑스 내무부에 지역개발을 외주했다. 계약내용에는 프랑스 공무원이 직접 몰도바에서 지역개발을 지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라틴아메리카 대륙 북부에 위치한 트리니다드토바고도 캐나다 지방정부에 차량등록 시스템 운영을 맡기고 있다. 세네갈·말리 등 CFA프랑(화폐단위)을 사용하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통화관리 서비스를 프랑스로부터 받고 있다.
선진국 간에도 G2G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신형 전투기 F35 파일럿 교육을 미국에 맡겼으며 독일 역시 네덜란드산 탱크를 수입하면서 교육을 네덜란드 군에 외주했다.
이는 노하우를 가진 타국 정부에 외주를 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이라고 서비스 수입 국가들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항공기 운항 안전을 위해 자체적인 연구를 진행하거나 일반기업에 외주를 맡길 수 있었지만 항공 선진국인 미국에 외주를 줘 시간 및 비용을 대폭 절약할 수 있었다. 또 전세계 국가들이 긴축재정을 펴고 있어 자체개발을 위해 쓸 수 있는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G2G를 부추기고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지는 "순수한 의미의 G2G는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큰 단점이 있어 계속 번창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자국 공공 서비스를 자국 정부가 수행한 뒤 이 서비스가 실패할 경우에는 정부 관료가 책임을 지지만 G2G에서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이에 따라 서비스의 질도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외주 신청국의 국민 여론 및 주권·헌법 등의 장애물도 문제다. 그동안 파푸아뉴기니·온두라스·모리셔스 등은 공공 서비스 외주를 추진했다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고 관련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 간 거래는 확산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했다. 오는 2050년이면 신흥국 도시 인구가 현재의 2배인 50억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급속한 도시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선진도시들의 노하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을 간파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자신의 도시운영 철학을 전파하는 도시경영컨설팅 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영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을 주창한 이래 각 기업이 특화된 부품만 집중 생산해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가 활발히 진행돼왔으나 앞으로는 G2G도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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